"약 10년 전 대만도 양당 간의 에너지 정책 차이로 인한 정치적 논쟁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만에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고 해상풍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존재합니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반도체 및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차 방한한 비올라 린 대만해상풍력산업협회(TOWIA) 회장은 16일 전시회장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해상풍력이 대만의 산업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최근 누적 500기의 터빈 설치를 완료하며 총 4.8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가동 용량을 확보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두 시장이다. 2016년까지만해도 설치된 해상풍력이 '제로(0)'였으나 2017년 로드맵 2단계(라운드 2) 입찰 프레임워크 발표를 기점으로 정부 주도 발전이 본격화했다.
린 회장은 오스테드 대만법인에서 아시아·태평양(APEC) 지역 이해관계자 협력·규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대만 해상풍력 시장을 태동기부터 현장에서 지켜봐왔다. 그는 대만이 수년 전 마주했던 장벽을 이제 막 넘어서려는 한국 시장을 향해 실용적인 제언을 전했다.
린 회장은 대만이 201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해상풍력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를 "모든 영역에서 '제로'에서 시작했던 시기"라고 기억했다.
미비한 인허가 프레임워크, 항만·그리드 등 인프라 부족, 어민 및 금융권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수용성 부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해상풍력 정책이 정치적 정쟁의 대상이 되며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해상풍력에 대한 지지가 유지되고 있다. 핵심요인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의 생존 조건이 대만 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린 회장은 "대만은 수출 주도 경제"라며 "대만의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해외 고객사들이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구매'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했다.
동시에 린 회장은 "대만에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는 안보와도 직결된다"며 "이 때문에 이제 대만에서 해상풍력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대만 당국이 해상풍력 시장 형성 초기단계 강력하게 도입했던 국산화요건(LCR)을 통해 배운 교훈도 전했다. 그는 "국산화 정책이 대만 공급망 기업들에게 공장을 짓고 투자할 인센티브를 준 것은 맞다"면서도 "LCR이 공급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해상풍력 공급망은 대규모 선행 자본뿐만 아니라 국제 표준과 엄격한 QHSE(보건·안전·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고난도 산업인 만큼, 제품을 안정적으로 연속 생산하는 궤도에 오르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공급망 기업들의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만은 과거 터빈 부품 국산화 목록을 지정해 지멘스 에너지(옛 지멘스 가메사)의 나셀 공장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기도 했지만, 블레이드 분야 등에서는 실패를 겪었다. 부품별로 로컬 공급업체가 단 한 곳에 불과해 오히려 경쟁력을 해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입찰에서 의무적인 품목별 국산화 요건을 폐지하고 개발사에게 유연성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린 회장은 국산화와 프로젝트의 성패가 부딪힐 때 프로젝트의 지연을 막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은 부품 조달부터 설계, 제작, 해상 설치, 선박 및 기술자 조율, 날씨 대응까지 복잡하고 유기적 연결 구조를 가진 산업"이라며 "하나의 지연이 프로젝트 전체에 거대한 도미노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우선 순위는 프로젝트가 제시간에 지어지도록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만약 국산화 요구와 프로젝트 준공이 충돌한다면 정부가 올바른 우선순위를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공급망을 포함한 모든 것이 무너진다"며 "대만 정부 역시 시행착오 끝에 프로젝트가 제때 준공될 수 있도록 국산화 규제에 유연성을 도입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동시에 린 회장은 케이블, 철강 구조물, 중공업 및 조선업 등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춘 한국 공급망의 역량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오스테드는 한국의 공급망 기업들과 대만 및 유럽 프로젝트에서 3조 원 이상의 주문을 진행하며 성공적인 협력 궤적을 쌓아왔다.
그는 한국 공급망이 국제적 경쟁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시장 가시성'과 투자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린 회장은 한국 역시 "프로젝트가 계속 있을 것이란 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공급망 기업들도 안심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상풍력 지속 가능성을 위해 대만, 한국, 일본 등이 공급망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 회장은 "전 세계 어디에도 모든 공급망을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거대한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각국의 강점을 결합해 아태 지역 공동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것이 개별 국가가 각자도생하는 것보다 공급망을 훨씬 더 빠르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는 효율적인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