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人사이트
녹색전환을 이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변화의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합니다.
총 9 건
"국내 재생에너지를 2030년 100기가와트(GW)로 늘리려면 결국 배전망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접속돼야 합니다. 그런데 전력망 운영 역량이 없으면 이를 실현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전력망을 무작정 단기간에 많이 깔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최동구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소재 에이치에너지 서울 사무소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의 관건이 발전설비 증설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전기차 등 수요자원까지 곳곳에 흩어진 전력자원을 묶고, 제어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전력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진단이다. ━미국·유럽, 2010년경부터 가상발전소 논의 활발━ 그가 주목하는 수단 중 하나는 VPP(Virtual Power Plant·가상발전소)다. VPP는 태양광, 풍력, ESS, 각종 수요처 등 여러 곳에 분산된 소규모 전력 자원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개별 자원은 규모가 작고 출력 변동성이 크지만, 이를 묶어 예측·제어하면 전력 공급이나 수요 조절에 활용할 수 있다.
"AI(인공지능)가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는 재생에너지에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빌딩에서 만난 메리골드 룩 IFM 인베스터스(IFM Investors) 인프라 부문 전무는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호주계 글로벌 인프라 투자사 IFM에서 저탄소 인프라 투자를 총괄하는 그는 AI(인공지능)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전력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IFM은 2180억 호주달러(약 201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사 중 하나다. 그는 향후 수십 년간 인프라 시장을 움직일 핵심 동력으로 '3D'를 제시했다. 탈탄소화(Decarbonisation), 탈세계화(Deglobalisation), 디지털화(Digitalisation)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감축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고(탈탄소화), 지정학적 갈등 속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탈세계화). 여기에 AI와 전동화가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디지털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비용 하락, 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 촉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모 있는 시장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공급망에도 기회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시장 수요를 보고 투자합니다. 시장이 충분하지 않고,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공급망에 먼저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 산업 육성, 비용 하락, 보급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해상풍력 트릴레마(trilemma)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이행 경로를 밟아야 할까. 올해 2월 출범해 국내 해상풍력 전주기 공급망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해상풍력 민관 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경강위)의 김범석 민간위원장(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을 지난 17일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가 열린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만나 국내 해상풍력의 과제와 해법에 대한 진단을 들었다. ━"시장 있어야 비용도 떨어진다"━ 경강위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구체화할 실행 전략과 이행 경로를 짜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 전반을 여전히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영국은 입찰 제도와 공급망 정책을 손질하며 시장의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가격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부족한 공급망은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지난 17일 여수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 참석한 리처드 베이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SDI) 총괄과 크리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관 서기관을 만나 영국의 경험과 과제를 들었다. ━ '제로' 응찰이 남긴 교훈 반영→입찰 대흥행 ━영국은 해상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 와 현재 전력의 약 63%를 무탄소 전원으로 생산한다. 2030년까지 무탄소 전력 비중 95%를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 약16기가와트(GW)인 해상풍력 설비규모를 2030년 27~29GW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시장이기도 하다. 영국의 해상풍력 핵심 지원 제도는 개발사에 일정 기간 고정 가격으로 전력 판매 수익을 보장하는 '차액결제계약(CfD)'이다.
"사업자들이 입찰에서 사업을 수주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후 준공까지 무사히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뒤흔든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의 여파는 일본도 비켜가지 않았다. 2021년 첫 대규모 해상풍력 입찰에서 낙찰됐던 3개 사업이 지난해 모두 철회되자, 일본은 이를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고 있다. '얼마나 낮은 가격에 낙찰받느냐'보다 '실제로 준공할 수 있는 사업을 어떻게 선별하느냐'에 입찰제도 개편의 무게를 싣는 방향이다. 지난 17일 여수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아키요시 마사루 일본풍력발전협회(JWPA) 회장을 전시회장에서 만나 일본 해상풍력 시장의 시행착오와 제도 개선 방향, 한일 협력 가능성을 들었다. ━3개 사업 중단 후 '실현가능성' 방점 둔 日 정부━ 일본의 재생에너지 개발사 유러스에너지홀딩스 부사장이기도 한 아키요시 회장은 "2021년 일본 입찰 1라운드에서 낙찰됐던 3개 사업의 사업자가 지난해 모두 사업을 철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무엇보다 입찰 시점의 사업 환경과 실제 개발 단계의 사업 환경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긴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약 10년 전 대만도 양당 간의 에너지 정책 차이로 인한 정치적 논쟁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만에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고 해상풍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존재합니다. 해상풍력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반도체 및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차 방한한 비올라 린 대만해상풍력산업협회(TOWIA) 회장은 16일 전시회장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해상풍력이 대만의 산업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최근 누적 500기의 터빈 설치를 완료하며 총 4. 8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가동 용량을 확보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두 시장이다. 2016년까지만해도 설치된 해상풍력이 '제로(0)'였으나 2017년 로드맵 2단계(라운드 2) 입찰 프레임워크 발표를 기점으로 정부 주도 발전이 본격화했다. 린 회장은 오스테드 대만법인에서 아시아·태평양(APEC) 지역 이해관계자 협력·규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대만 해상풍력 시장을 태동기부터 현장에서 지켜봐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출범 이후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흔들리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글로벌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미국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다수의 국가들이 해상풍력을 필수적인 선택지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국보다 중국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변수━여수에서 열린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 참석차 방한한 알렉산더 플뢰트레 라이스타드 에너지 해상풍력 총괄 부사장은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 해상풍력 글로벌 전망치를 낮춘 핵심 변수는 미국이 아닌 중국의 급격한 체질 변화"라며 "미국은 글로벌 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말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2024년 하반기 이후 2030년 해상풍력 전망치를 60GW(기가와트)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설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보조금 중심 구조에서 가격 기반의 '상업시장'으로 전환하며 중장기 보급 잠재력이 낮아진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기술 장비나 인프라는 자본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서 구현할 숙련된 인력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물건을 조립하고 그들의 손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녹색전환(GX)에서 인력 부족을 겪게 된다면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 덴마크 정부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정한 단 3개의 기후직업학교(Climate Vocational School) 중 한 곳인 뤼브너스(Rybners). 이 학교를 이끄는 올라프 뤼 최고경영자(CEO)는 녹색전환 이행의 핵심이 결국 사람을 길러내는데 있다고 확신했다. 유럽 해상풍력의 중심지인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에서 한국 교육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재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인력양성의 당위성만 강조한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덴마크 전역서 단 3곳 지정된 기후직업학교━뤼브너스는 에스비에르에 위치한 교육기관이다. 뤼 CEO가 평생을 살아온 도시이기도 한 에스비에르는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린 아이언(green iron)을 해외에서 들여올 경우 한국 내에서 수소 기반 저탄소 철강을 직접 생산하는 것과 비교해 최대 28억 달러(약 4조2000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 '저탄소 철' 공급망 구축으로 철강 탈탄소 실현 구상━독일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아고라 인더스트리의 레안드로 얀케 산업 부문 수석 기술 분석가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철강 산업의 새로운 탄소 감축 해법으로 주목받는 '그린 아이언 무역'의 가능성을 짚었다. 그린 아이언은 저탄소 방식으로 철광석을 환원해 생산된 중간 철 제품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형태로는 직접환원철(DRI)과 열간압축철(HBI)이 있다. DRI를 활용한 철강 생산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철광석을 철로 전환한 뒤, 이를 자동차나 건물 등에 사용되는 최종 철강 제품으로 가공한다. 그린 아이언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제선 단계에서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전체 공정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