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2028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돈은 6000억달러다. 한화로는 약 9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대한민국 올해 국가예산인 728조원 보다 많은 돈이 빅테크 회사 한 곳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xAI, 아마존, 오픈AI 등 유력 빅테크들의 프로젝트에 미국 외 유럽·아시아 지역의 투자까지 모두 합친다면, '조' 단위가 아닌 '경' 단위의 베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허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 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 3개주를 방문했을 때 미국 곳곳에 일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건너편에 끝없이 펼쳐진 부지가 바로 메타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일부 중장비들이 기초 작업을 시작하려는 모습이 보였고,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도 일론 머스크의 xAI가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진행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K제조업에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가동을 위해선 더 많은 발전 및 전력 인프라, 장비, 반도체, 철강·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배터리 등이 필요하다. AI 비즈니스라고 해도 '뭔가를 물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산업의 기본 명제는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는 전기를 끌어와야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며,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조업 없이는 AI도 없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쇠퇴, 탈중국 공급망 구축 등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글로벌 빅테크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국가는 제한적이다. 그 중 대한민국은 미국의 우방국으로 반도체부터 중공업까지 모두 '월드클래스' 역량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경기 불황, 중국의 과잉공급이라는 악재에 시달려왔지만 기업들은 이를 악물고 자리를 지키며 사업을 지켜내왔다.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이제 AI 데이터센터 골드러시라는 반전의 기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힘센엔진' 기반 데이터센터용 발전 설비를 미국 에너지 개발 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 선박용 엔진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용으로 각광받는 트렌드를 활용해 수주에 성공했다. 기존 아날로그 제조업이 AI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 좋은 사례다. 기업들은 이같은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AI 데이터센터나 피지컬 AI에 등에 납품할 수 있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가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