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원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최근 판교 IT 업계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비(非)노조 경영을 유지하던 중견·대기업 사업장에 노조 조직화 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 대응 경험이 부족한 기업이 과거의 관성에 따라 섣불리 대응할 경우 노조법 제81조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 리스크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또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대응 단계부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측의 지배·개입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최고경영진뿐만 아니라 일선 부서장이나 팀장 등 중간관리자의 언행도 사측의 행위로 간주된다. 아울러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노조 활동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는 경우, 향후 사용자의 '지배·개입' 의사를 추정하는 정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은 노조 설립을 인지하는 즉시 특정 노조 활동을 겨냥한 별도 사내망 감시나 조합원 식별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노조 간부나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논란을 방어하기 위한 인사 제도의 정비다. 노조가 신설된 직후 특정 조합원에게 전보 발령, 낮은 인사고과 부여, 징계 등이 내려질 경우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으로 의심받기 쉽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해당 인사 발령이나 평가가 노조 활동과 무관한 경영상 필요성과 객관적 인사 기준에 따른 조치였음을 증명할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 조합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릴 때는 비조합원과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여 양정의 형평성을 갖추어야만 향후 구제신청 등 사후 분쟁에서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섭 해태(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 및 지연)를 관리하는 실무적 접근이 필요하다. 신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 올 때, 사용자가 내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장기간 교섭을 지연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대응할 경우, '성실교섭의무' 위반 또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당장 교섭에 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합리적인 이유와 함께 구체적인 대체 일정을 담은 공문을 회신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려 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비노조 경영에 성공했던 기업일수록 신설 노조의 등장을 막연한 위기로 인식하기보다는 노사관계 시스템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고도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초기 단계부터 노동 법무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노동관계법에 부합하는 인사·평가 기준을 재정비하고 체계적인 교섭 전략을 수립하는 것만이 예기치 못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노사관계의 연착륙을 이끄는 현실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