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6%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1분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데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물가가 급등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만큼, 앞으로는 실질 GDP뿐 아니라 명목 GDP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만찬 기조연설에서 "최근 잠정치 발표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7%에서 1.8%로 상향 조정됐다"며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 경제전망은 오는 8월 27일 발표된다.
신 총재는 최근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데 명목 GDP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실질 GDP를 볼 뿐 아니라 명목 GDP도 계속 봐야 한다"며 "거시경제학에서 명목 GDP는 흔히 배제하고 실질 GDP를 보자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요즘 같은 경우는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실질 GDP 성장률은 3.8%를 기록했다. 신 총재는 "명목성장률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최근 26년 사이에는 없었다"며 "1970년대에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높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명목 성장률의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물가 상승을 꼽았다. 그는 "내수 디플레이터는 2.1%인데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라며 "높은 명목성장률은 국내 인플레이션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수출 물가가 급속도로 올랐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이게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교역조건 개선 역시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3.2%를 기록했다. 신 총재는 "역사적으로 한국은 교역조건이 에너지 가격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도 "최근 유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교역조건이 개선된 건 결국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라며 "총량 차원의 혜택이 양극화 문제를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가, 낙수효과가 얼마나 경제에 온기를 퍼뜨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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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재는 AI가 장기 성장 경로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AI가 장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금까지 거시경제학에서 거의 법칙처럼 받아들여졌던 인구구조에 따른 낮은 성장률과 낮은 중립금리 문제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며 "인구구조가 반드시 경제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