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수요 확대로 촉발된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제품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해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가격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87조1570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전망치인 47조9132억원보다 약 82% 늘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역시 62조6401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57% 상향 조정됐다.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양사 실적 전망치가 큰 폭으로 높아졌다. 컨센서스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이어 다시 한번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메모리 제품군 중에서도 일반 D램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3~98%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D램의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일부 D램 제품은 비트(bit)당 가격이 HBM을 웃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LPDDR(저전력 D램)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LPDDR은 그동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됐지만 최근 CPU(중앙처리장치)와 AI PC 등으로 적용처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PDDR 가격 상승의 여파는 완제품 시장으로도 확산했다. 지난해 메모리 가격 급등에도 제품 가격을 동결했던 애플마저 최근 차기 신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 국면은)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대홍수"라며 "40년 넘게 어떤 분야에서도 본 적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중심으로 낸드 가격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고성능·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eSSD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약 8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eSSD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58.2%를 기록했다. eSSD 가격 강세가 양사의 실적 개선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년(360조원) 대비 약 4배 성장한 15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전체 메모리 매출에서 AI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을 넘어서면서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2027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HBM4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HBM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D램 가격 급등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됐다"며 "차기 HBM 가격 협상에서도 이를 반영한 가격 인상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