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국내 정유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들의 손실 보전액을 '원가'로 정했다. 다만 그 원가의 범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향후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금융 비용, 재고 손실 등의 포함 여부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지난 18일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시안은 재정지원 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로 원유도입비용, 생산 및 판매비용, 그 밖의 관련 비용으로 규정했다. 원유도입비용은 원유 구입가격과 운송비·보험료 등을, 생산 및 판매비용은 감가상각비·인건비·연료비·국내유통비 등을 포함했다.
쟁점은 원가의 '그 밖의 관련 비용' 범위다. 정부가 과거 1994~1996년 최고가격제를 운영할 당시에는 산정 방식으로 원유도입비용은 물론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환차손)과 원유수입에 따른 이자비용,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등 각종 세금·부담금(제세부담금)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차손익과 금융비용 등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과정에서는 환차손과 금융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정유사는 통상 은행 차입을 통해 달러로 원유를 수입한 뒤 국내에서 판매한 원화 매출로 이를 상환한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추가 비용(환차손)이 발생하고 차입금 이자 부담도 늘어나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19일 1451.0원에서 이달 19일 1530.7원까지 5.49% 상승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환차손이나 이자비용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이지만 금융비용 성격의 영업외손익"이라며 "향후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제조원가 명세서를 중심으로 원가를 산정할 경우 이들 비용의 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고시상에 명확하게 돼 있지 않은 기준을 원가의 구성요인이라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손실 처리 여부도 쟁점으로 꼽힌다. 현행 손실보전 체계는 최고가격제 적용 기간 중 발생한 손실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이 기간 정유사들이 비싼 가격에 확보한 원유를 유가 하락 국면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경우 재고 관련 손실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이 적정 마진 수준을 논의하기에 앞서 손실 인정 범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환차손익과 금융비용, 재고 관련 손실 등 실제 정유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손실보전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적정마진을 논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유사는 국제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정부가 설정한 통제가격으로 국내에 판매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회비용 보상이 필요하다"며 "원가 기준 보상은 기회비용에 크게 못 미치며, 오히려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한 정유사를 역차별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