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부문에만 성장세가 집중되는 'K자형 양극화'를 극복하고 회복세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진행한 '2026 한국경제 전망, 기회와 리스크의 분기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지난해 1.1%에 그쳤던 성장률이 올해 2.7%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저효과로 상반기 3.4%에서 하반기 2.0%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성장은 수출(5.6%)과 설비투자(4.0%)가 견인하고 정부소비가 하방을 보완하는 구조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 강화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증시 활황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화려한 외양에 가려 구조적 취약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복의 신호와 구조적 과제가 공존하는 지금을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에 나선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 2.7%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경제 회복의 온기는 아직 고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성장의 그늘로는 △반도체와 비반도체 △제조와 비제조 △수출과 내수가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목됐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소득 개선과 추경 효과에도 누적된 물가·가계부채 부담으로 2.0%의 완만한 회복에 그치고, 건설투자 역시 공사비 부담의 여파로 0.5%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반등의 온기를 비반도체 및 내수 부문으로 확산시킬 수 있느냐가 한국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과제라는 분석이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도영웅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한국경제의 기회인가 리스크인가' 발표에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기준 올해 3월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증가해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산업이 이례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빅테크 4사의 올해 1분기 설비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0% 내외 증가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이에 경상수지는 올해 2250억달러로 사상 처음 2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위원은 다만 "1분기 반도체 호황은 구조적 요인 외에도 일시적인 D램 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했기에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외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지정학 리스크와 거시경제 지표도 다뤄졌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유가·물가·환율 압력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2.0%에서 올해 2.7%로 한국은행 물가 목표(2.0%)를 웃돌 전망이지만 유가 하향 안정 시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 통화정책은 기준금리 2.5%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상 압력 부담은 다소 경감될 전망이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중요한 것은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갖추는 일"이라며 "반도체 중심의 회복을 내수와 신산업으로 확산시키고 우리 경제의 완충판을 두텁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