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사내 주택안정대출 제도 도입을 위해 수도권과 광역시의 대출 대상 주택을 전용면적 85㎡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규모 저금리 사내대출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로 향후 삼성전자의 사내대출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은 회사 제시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중이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사내 주택안정대출(이하 사내대출) 제도와 관련해 수도권·광역시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만 대출 대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3일까지 해당 안건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무주택 직원에게 최대 5억원을 연 1.5%의 저금리로 빌려주는 사내대출 제도를 2035년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세부 운영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회사 측이 최근 면적 제한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회사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이른바 국평(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을 대출 대상에서 제외(그외 지역 제한 없음)하는 대신 그동안 논의했던 직급별 대출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노사는 직급에 따라 최대 대출 한도를 CL1은 3억5000만원, CL2는 4억원, CL3는 5억원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이 확정되면 직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외에 대출 조건은 기존 합의안을 유지한다. 금리는 연 1.5%가 적용되며 법정 적정이자율(4.6%)과 실제 대출금리(1.5%)의 차이는 회사가 지원한다. 다만 회사가 지원하는 이자 혜택은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직원은 이에 대한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주택 매입 시 대출은 매매가격의 최대 70%까지만 가능하며, 회사는 대출금의 120% 수준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할 계획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보증금의 80% 또는 최대 3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을 지원한다.
상환 방식은 '10년 원리금 분할상환' 또는 '3년 거치 후 10년 분할상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연체 시에는 법정 적정이자율인 4.6%가 적용되며 3개월 이상 연체하면 회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투자 목적 이용을 막기 위해 실거주 여부도 해마다 확인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면적 제한을 도입하려는 것은 대규모 저금리 사내대출이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내대출은 기업 복지 성격의 개인 간 대여로 분류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 중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내대출과 관련해 "마음 같아서는 (규제)하고 싶지만 자본주의 체계상 한계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이 전용 면적과 규제 지역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세부 운영 기준이 삼성전자의 사내대출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노사 합의를 통해 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대출 도입을 추진 중이며 면적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과 사내대출 도입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증가하자 정부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전날 정부는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 바로 사내대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고려해 변경된 안으로 노사 협의를 진행하게 됐고, 현재 노조 투표가 진행 중"이라며 "투표 결과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거나 추가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