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시장 커지고 가격 오른다…삼성·SK·마이크론 '점유율 전쟁'

최지은 기자
2026.07.02 05:30

엔비디아 넘어 ASIC까지 수요 확대…공급 제약에 가격 상승세 이어질 듯

전세계 HBM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그래픽=이지혜

올해 하반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HBM3E에서 HBM4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HBM4 수요처도 엔비디아를 넘어 ASIC(주문형반도체)으로 확대되며 출하량 증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3사의 가격 협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21% 점유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1분기 HBM 매출 대부분은 HBM3E에서 발생했다"며 "HBM4 납품은 하반기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HBM4 출하 실적이 향후 시장 점유율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하 시점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빨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과 출하를 시작한데 이어 약 130일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달성했다. 전작인 HBM3E에서는 경쟁사보다 고객사 납품이 늦어졌지만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자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한 4나노(nm·1nm=10억분의 1m) 베이스다이를 적용해 출하 시점과 성능 측면에서 경쟁사들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생산능력의 절반을 HBM4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제품인 HBM4E의 수율도 최근 7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신뢰성 테스트 단계임을 감안하면 개발 안정화도 상당 수준 진전됐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 이어 HBM4에서도 엔비디아 최대 공급사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했고 HBM4에서도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CEO는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며 HBM4에서의 공급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시사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HBM4 매출 10억달러 달성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연말까지 HBM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HBM4 12단 제품의 수율이 HBM3E 12단보다 훨씬 빠르게 성숙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HBM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다. 노무라증권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난해 4660억달러(약 723조원)에서 연평균 48% 성장해 2030년 3조3790억달러(약 5241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올해는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SIC 개발을 확대하면서 HBM4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칩당 HBM 탑재 용량이 기존 96GB(기가바이트)·192GB에서 216GB·288GB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HBM 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반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차기 HBM 가격 협상에도 상승 압력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HBM 수요 확대와 생산능력 제약이 맞물리면서 공급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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