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가 죽어서 출근을 못 합니다."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신입직원에게 이같은 연락을 받았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이해했다. 다만 당당하게 '휴가'를 요구하는 직원의 태도는 A씨를 당황케 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화를 전하며 다수의 의견을 물었고, 글은 논쟁을 촉발했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 도입 논의는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전제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약 29.2%를 기록했다. 3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단순 재산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한다.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부부, 노년층에게는 정서적 의존 대상이자, 실제로 가족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휴가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휴가를 주지 않더라도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에 시달린 직원이 며칠간 업무에 집중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낸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반려동물과 이별을 경험한 반려 가구 가운데 83.2%가 우울·상실감을 느끼는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국회에서는 반려동물이 질병·사고·노령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연간 최대 5일의 반려동물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1인 가구 등에서 반려동물이 사실상 가족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제도적 지원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법안은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개인의 정서적 인식과 조직 내 사회적 인식 사이 간극이 있어서다. 이런 온도 차는 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어디까지 가족으로 볼 지, 기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반려견·반려묘까지는 인정하더라도 토끼·햄스터·새·파충류 등을 포함시켜야 할 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금붕어가 죽어도 휴가를 줘야 하냐"며 논쟁이 일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직원 입장에서 '왜 특정 취미나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만 추가로 휴가를 받느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 사망의 경우, 확인 절차가 복잡해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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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가 비교적 오래된 미국에서도 반려동물 사망 시 휴가를 의무화한 연방법이나 주법은 없다. 다만 일부 기업이 자발적으로 휴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한 호텔·레스토랑 체인은 관리자 재량으로 최대 3일의 반려동물 사별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용품·보험 업계 일부 기업들도 보통 1~3일 수준의 '반려동물 병가'를 직원 복지로 운영 중이다.
프랑스와 남미 등에서는 유급휴가에 관한 법제화 논의까지 진행됐지만, 국가 법률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다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휴가나 연차 사용을 허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신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반려동물 사별 휴가'가 아닌 '웰빙 데이' '정신건강 휴가' 등으로 통합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 법제화 논의는 국내에서도 진척이 없다. 해외처럼 개별 기업이 특별휴가·복지 휴가·웰빙 휴가 형태로 자율 운영하는 방향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2022년부터 사내 복지제도 개편 과정에서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직원에게 장례 휴가 1일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부모님 집에서 기르는 등 함께 살고 있지 않은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인정해준다. 국내 대기업이 공식적으로 반려동물 장례 휴가를 도입한 첫 사례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크게 늘면서 기업의 관련 복지 제도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스타트업·IT계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출근은 물론, 보험·사료비·펫시터 지원을 직원 복지로 내걸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 휴가'를 별도로 운영하진 않더라도 자율 휴가, 리프레시 휴가, 특별 휴가 등을 허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