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략 구상과 투자 결정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다. 어렵게 결정한 사업 계획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꿔야 하는 폐해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영 리크스 우선순위에 '정권 교체'가 빠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진보로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 방향이 180도 달라져 계획된 사업을 수정·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정부가 정권 후반기에 내놓은 산업 정책은 흘려 들어도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어차피 바뀔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큰 산업 분야는 에너지가 꼽힌다. 에너지 산업은 특성상 투자 규모가 크고 수익 창출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돼 어느 분야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의 미래를 바꾸었고, 윤석열 정부가 다시 탈원전을 폐기하면서 사업 리스크가 커졌다. 에너지뿐만이 아니다. 환경, 금융, 통신, 의료 등 정부의 입김이 센 '규제 산업'은 이런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재계에선 대기업집단 관련 정책도 정권에 따라 방향이 급변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보 정부가 대기업집단 규제를 강화했다가 보수 정부가 집권하면 이를 완화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 역시 일관성 없는 정책의 하나로 꼽힌다. 과거 정부는 지주회사 체제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한다며 규제를 강화했지만 이후 '대기업 지배구조 단순·투명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다시 장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과 노동정책을 이념과 진영 논리가 좌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은 기업에 사업 변경·철회 비용뿐 아니라 일종의 '관리비'도 부담하게 한다. 정부·국회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대관 등의 관리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국회가 직접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주체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정치 리스크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방안은 실효성이 낮다. 재계에선 일관성이 필요한 국가 차원의 정책과 아젠다를 정권과 관계없이 뚝심있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좋은 정책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도 다른 정권이 법을 개정해 버리면 결국 의미가 없다"며 "어떤 정권이든 정치 논리보다는 우리 국민과 경제, 기업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과 공감대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