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확대에 HBM·D램·낸드 동반 강세
시장조사보다 앞선 주문…기업은 먼저 감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이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빅테크들의 선제적인 메모리 확보 경쟁으로 예상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최태원 SK(580,000원 ▼29,000 -4.76%)그룹 회장이 15일 제주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하계포럼'을 계기로 "내년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최대 100% 늘어난다"고 전망한 까닭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산업 수요 전망을 소폭 확대 조정한다고 밝혔다. 2026년 HBM 수요 전망치는 기존 329억Gb(기가비트)에서 331억Gb로, 2027년 전망치는 기존 580억Gb에서 587억Gb로 각각 늘려 잡았다. 이 전망대로라면 2026년 대비 2027년 HBM 수요는 1.8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UBS는 전체 메모리 산업 매출이 2026년 9920억 달러에서 2027년 1조7630억 달러로 78%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전망치는 통상 확정된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만큼 신규 주문은 시차를 두고 다음 전망치에 반영된다. 매출 증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수요 증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또 있다.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인 D램 가격 전망 역시 최근 두 차례 상향 조정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5월 올해 3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의 전 분기 대비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8~13%로 올렸다. 4분기 상승률은 전 분기 대비 0~5%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지난달 15~20%(3분기), 3~8%(4분기)로 다시 한 번 상향됐다.
낸드플래시(낸드)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반도체 전망 보고서에서 낸드 투자에 대해 '중립(Neutral)' 의견을 유지했다. AI용으로 생산라인이 옮겨가며 생긴 일시적 공급 축소일 뿐 실제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일 낸 보고서에서는 판단을 바꿨다. AI 서버용 실수요 자체가 2027년까지 전체 낸드 수요의 41%를 차지할 만큼 커지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업(낸드)들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HBM과 D램, 낸드에 걸친 잇따른 전망치 상향은 AI 메모리 수요가 당초 예상을 웃돌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 회장의 '내년 수요 100% 증가' 발언의 경우 이같은 통계적 분석에 현장 수요를 더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영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수요 증가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사기관 전망치는 이미 확보한 계약과 고객사 계획을 중심으로 반영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요와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며 "최근 추가 물량 문의와 주문 협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내년 수요도 시장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