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얄팍한 짓거리 계속해봐라. 개수작, 어리석은 행동 후회할 것."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16일 발행한 대자보 전면에 실은 문구다. 올해 노조 대자보에는 "더러운 수작 관둬라", "추잡스러운 말들로 현장 흔들지 말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날 노조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파업 시간을 매일 8시간으로 확대했다.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4시간씩 작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직전 부분파업보다 수위를 2배 높였다. 노조의 이 같은 쟁의권 행사 자체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거친 언어까지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수작', '얄팍한 짓거리' 같은 표현은 교섭 상대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공개적으로 비하하는 말에 가깝기 때문이다.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전 문구라고 해도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3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의 노조가 공식 소식지에 사용할 표현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사실 현대차(425,000원 ▼9,000 -2.07%) 노조의 강경 투쟁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2000년대 초반과 2010년대 초반에도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장기 파업과 공장 점거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였다. 생산라인 중단과 사측을 향한 원색적인 비판이 노사 교섭 때마다 되풀이되면서 현대차 노조에는 '강성 노조'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하며 과거의 극단적인 대립 관계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이 기간 현대차는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2019년 105조7904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175조2312억원까지 늘었고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에서 14조2396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다. 2023년에는 15조12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정점을 찍었던 영업이익이 미국 관세와 판매 장려금 증가 등 영향으로 2024년 5.9% 감소하긴 했지만 현대차의 성장세는 지속됐다. 그런데 지난해 노조가 7년 만에 부분파업을 재개하자마자 영업이익이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급감했다.
현대차의 수익성 감소는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과 경쟁 심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 파업을 영업이익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이유다. 다만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면 회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해 세 차례 부분파업으로 현대차가 입은 생산 손실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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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노조는 특근 거부에 이어 잇단 부분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추가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주·야간조를 합친 생산 차질 시간은 하루 8시간, 사흘간 총 24시간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가 이제는 회사에만 그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완성차 생산량이 줄면 부품 협력 업체의 납품 일정이 흔들리고 차량 인도를 기다리는 소비자의 출고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임금 손실도 커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노조의 교섭 방식과 대외 메시지도 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합산 판매량은 약 727만대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 업체에 해당한다. 완성차를 넘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노조 역시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을 구성하는 한 축인 만큼 사측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회사의 성장에 대한 자부심과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금과 성과급뿐 아니라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변화 등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도 산적해 있다.
김수현 공인노무사(더보상)는 "노사의 입장차가 너무 큰 만큼 교섭에 서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소모적인 대립을 피하고 생산적으로 양측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협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