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최근 한 대형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환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부당 청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자동차보험 진료가 단순한 보험청구 문제를 넘어 형사 사건으로 번질 수 있음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특히 의료기관은 의료법뿐 아니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이 동시에 적용되는 영역인 만큼 병원장과 보험청구 실무자는 관련 법적 기준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는 보험사고의 발생·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보험금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를 보험사기로 규정하며 이는 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사기 수사는 '처방량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론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보험 진료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5조에 따라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부담하지만, 의료인의 진료 재량까지 무제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역시 의료인은 환자의 증상과 상병에 따라 필요한 진료와 처방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에게 시행되는 한약 처방이나 약침, 추나요법 등은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이 존중되는 영역이지만, 그 판단 역시 진료기록과 의학적 근거로 입증될 수 있어야 한다. 동일한 증상임에도 획일적인 처방이 반복되거나, 처방 사유가 진료기록부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면 보험금 청구의 적정성 자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보험사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보하는 자료 역시 진료기록이다.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를 사실대로 작성·보존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형사절차에서는 이 진료기록이 처방의 적법성과 의학적 필요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면 EMR, 처방전, 간호기록, 영상자료, 자동차보험 청구내역, 전자의무기록 로그기록까지 함께 분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특정 처방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됐는지, 진료기록과 보험청구 내용이 일치하는지, 병원 내부에서 처방이나 청구를 일률적으로 관리·지시한 정황은 없는지가 주요 수사 대상이 된다.
대형 병원 관계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보험사기 사건의 책임이 의료인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진료과나 보험청구 부서에서 장기간 동일한 청구 방식이 반복되고, 이를 병원 차원에서 관리하거나 묵인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진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보험 환자 비중이 높은 의료기관이라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대한 정기 교육 △처방 적정성에 대한 내부 점검 △보험청구 전 사전 검토 절차 △진료기록 작성 기준의 표준화 등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차량 사고와 관련한 진료와 처방은 의료인의 전문적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 재량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의학적 필요성과 충실한 진료기록을 전제로 보호된다. 의료기관이 보험사기 리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사 이후의 대응이 아니라, 평소부터 법령과 진료기준에 부합하는 처방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의 수사는 의료기관에게 보험청구의 적법성을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이자, 의료법과 보험 관련 법령을 아우르는 컴플라이언스 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음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