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펑' 불꽃 튀고 콘크리트 벽 뒤덮은 그을음...LS일렉, 경쟁력 비결

청주(충북)=최지은 기자
2026.07.27 16:00

개발부터 국제 인증까지 한곳에서…북미 시장 공략 뒷받침하는 시험·인증 허브

LS일렉트릭 청주2사업장 내 PT&T 고압시험실에서 전력기기 파괴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사진 제공=LS일렉트릭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붉은빛 '아크(전기 불꽃)'가 시험실을 가르듯 번졌다. 지난 24일 찾은 충북 청주 LS일렉트릭 청주2사업장 PT&T 고압시험실에서는 전력기기의 절연 성능과 내구성, 온도 상승 등을 확인하기 위한 파괴 시험이 한창이었다. 사고 상황에 가까운 극한 조건을 구현해 전력기기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공간이다. 50㎝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뒤덮은 검은 그을음은 수차례 반복된 파괴 시험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PT&T는 LS일렉트릭이 국내 최초로 설립한 민간 전력기기 전문 시험·인증 기관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제품 개발부터 성능 시험, 국제 인증, 양산 검증까지 한 곳에서 수행하는 '원스톱' 시험 체계를 구축했다. LS일렉트릭 전체 생산 제품의 98~99%를 PT&T에서 검증한다. 우성한 LS일렉트릭 PT&T 원장은 "전력기기 제품을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 타사 대비 개발 기간을 수십 배까지 단축할 수 있다"며 "신제품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줄어 보안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PT&T는 4000MVA(메가볼트암페어)의 단락용량을 갖췄다. 1GW(기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 4기가 동시에 단락 사고를 일으킬 때와 맞먹는 수준의 사고전류를 구현할 수 있는 규모다. 정상 전류 개폐와 사고전류 차단, 내구성 등 전력기기의 핵심 성능은 물론 GIS(가스절연개폐장치)와 VI(친환경 진공차단기) 시험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우 원장은 "전력기기 산업은 기술 개발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며 "제품 성능을 국제 규격에 따라 검증하고 국가별 인증을 획득해야만 수주와 납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성한 LS일렉트릭 PT&T 원장이 지난 24일 PT&T 대전력시험실에서 설명하는 모습./사진 제공=LS일렉트릭

PT&T는 제품 시험부터 국제 인증까지 한 곳에서 수행한다. 미국 UL과 영국 ASTA, 네덜란드 KEMA, 멕시코 ANCE 등 세계 주요 인증기관과 협력해 국가별 인증 기준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전력청(DEWA) 공인 시험소로 등록되며 중동 시장 공략 기반도 마련했다. 이미 지멘스와 ABB,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글로벌 전력기업들도 자체 대형 시험소를 운영하며 시험·인증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 확대와 함께 PT&T의 시험·인증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PT&T 시험·인증 1521건 가운데 약 55%(836건)가 북미 수출 제품이었다. 우 원장은 "올해 PT&T 시험·인증 10건 중 8건은 북미향"이라고 말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가 맞물리면서 북미 시장의 전력기기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배전반을 생산하는 수배전실에 들어서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회색 배전반 수십 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제품마다 고객사별 납품 표식이 붙어 있었고 시험과 국제 인증, 최종 검수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출하를 기다리는 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늘어난 전력기기 수요를 실감하게 했다.

김성태 LS일렉트릭 K-스위치기어팀 팀장은 "데이터센터 부문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올해 매출 1조3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계획보다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북미에서만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해당 지역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우 원장은 "제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고객 요구에 맞춰 시험과 인증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대응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북미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수록 자체 시험·인증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S일렉트릭 전력시험기술원(PT&T) 고압시험장에서 시험진행을 위해 배전반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사진 제공=LS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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