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의 메타플랜트 잡아라"..달궈지는 현대차 미국 로봇공장 '유치전'

강주헌 기자
2026.07.28 16:30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 로드맵. /그래픽=최헌정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양산 공장 '로보틱스 아메리카'를 놓고 미국 남동부 주(州)들이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이 목표대로 2028년 연간 3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경우 이 공장은 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양산 경쟁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도 태동기 로봇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 테슬라가 자동차 생산라인을 로봇 전용으로 바꿔 '옵티머스' 초기 양산을 눈앞에 뒀고 중국 업체들도 생산 확대에 나섰지만 연간 수만대급 전용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곳은 아직 없다.

미국 내 각 주정부가 학습효과를 얻은 선례도 있다. 조지아주는 2022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유치하며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확보했다. HMGMA 부지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공장이 함께 건립됐고, 인근에 국내 협력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단위 클러스터(복합단지)가 조성됐다. 완성차 공장 한 곳이 부품·물류 생태계 전체를 끌고 들어온 셈이다. 로봇 공장 유치전에 뛰어든 주들이 기대하는 그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객관적 조건에서는 조지아가 앞서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아틀라스의 초기 수요처가 모두 조지아에 있다. 아틀라스는 2027년 HMGMA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2028년 정식 배치되고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 투입이 확대된다. 실제 생산라인에서 로봇을 검증하며 AI(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쌓는 RMAC(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도 HMGMA에 구축된다. 완성된 로봇을 곧바로 최대 수요처에 공급할 수 있다는 물류 이점에 더해 현대차그룹이 20년 넘게 조지아·앨라배마 일대에 쌓아온 생산 인력과 협력사 네트워크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조지아의 우위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후보에 오른 남동부 주들은 어디든 조지아의 그룹 생산 기반과 육상 물류망으로 닿는 권역에 있다. 조지아 밖에 공장을 짓더라도 HMGMA와 기아 조지아 공장으로의 로봇 공급이나 협력사 네트워크 활용에 큰 제약이 없다는 얘기다. 입지 조건의 격차가 크지 않다면 결정의 무게추는 각 주가 제시하는 혜택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실제 변수는 인센티브다. 미국 주정부들은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세액공제와 부지 무상 제공,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조지아 역시 HMGMA 유치 당시 18억달러(약 2조63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시한 바 있다. 로봇이라는 성장 산업의 첫 거점이라는 측면에서 각 주가 제시할 조건은 파격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의 공장 부지 실사 과정에서는 각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이 병행되는 만큼 최종 입지는 경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부지 선정은 현대차그룹 로봇 부품망의 밑그림까지 좌우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구동의 핵심인 액추에이터 등 부품을 생산할 공장을 미국 남부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며 현지 실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완성로봇 공장 입지가 정해지면 부품 공장도 이에 맞춰 인접권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HMGMA처럼 완성로봇과 부품이 한곳에 모이는 '로봇판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기조 아래 미국 내 생산은 사실상 전제 조건이 된데다, 2만5000대에 달하는 그룹 내부 수요의 초기 투입처인 HMGMA와 기아 조지아 공장은 물론 향후 외부 고객군 역시 미국 완성차·물류 기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말 미국 로봇 산업 지도의 한 축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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