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업체들의 빅테크(대형 IT기업) 수주성과가 가시화됐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건립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라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빅테크 3개사와 대규모 장기공급계약을 협의 중이다. 계약규모는 지난달 빅테크 A사와 체결한 1조1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력변압기와 배전변압기를 함께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사와는 2029~2030년 납품을 목표로 기존 계약을 웃도는 규모의 추가물량 수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당초 계획대로 발주가 이뤄질 경우 전력사업 내 AI데이터센터용 수주 비중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6.3%, 내년 16%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LS일렉트릭도 올해 상반기에만 북미 빅테크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초고압변압기부터 고압·저압 배전반, 전력관리시스템까지 AI데이터센터 전력설비 전반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상황이다. 경쟁사인 효성중공업과 일진전기 등에도 공급문의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지역 에너지사업자뿐 아니라 빅테크와 계약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반기(1~6월) 수주누적액이 이미 지난해의 90%를 웃도는 업체도 나온다. 실제로 효성중공업의 상반기 누적 신규수주는 7조498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수주액(7조6000억원)의 99%에 달한다. LS일렉트릭도 상반기 수주액이 3조2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실적(3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32억37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해 지난해 연간수주액(약 42억7000만달러)의 76% 수준을 달성했다.
국내 전력기기업체들은 연초에 제시한 연간 신규수주 목표를 잇따라 상향조정하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연간 신규수주 목표를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HD현대일렉트릭도 기존 42억2200만달러에서 51억8500만달러로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9~2030년 공급물량을 일찌감치 협의하는 등 강한 수주 모멘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국내 전력기기업체들은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업계에서는 추가증설 가능성도 거론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신축을 추진 중이다. 내년 4월에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은 약 50%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 공장의 3차 증설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도 미국 유타주의 'LS일렉트릭 유타'와 텍사스주의 '배스트럽캠퍼스' 등 주요 생산거점 투자를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능력이 고객사들의 문의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며 "빅테크용 제품 패키지를 구성하는 등 맞춤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