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상위법 못 넘는다…기계적 입찰제한 제동

이동오 기자
2026.08.13 17:15

-최대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공기업이 자체 규정을 근거로 기업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더라도, 그 처분이 상위법이 정한 요건을 벗어나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가기관과 공기업에 적용되는 입찰제한 법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최대일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공기업의 자의적인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에 제동을 건 판결(2025구합54418)을 내렸다. 건설사 A의 현장소장 C씨는 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직원들에게 약 42만원 상당의 식사와 주류를 제공했다. 피고는 이를 뇌물 제공으로 보아 A사와 전 대표이사 B에게 각각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하위 규칙에 법적 구속력이 없고 처분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모두 취소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제공된 향응 금액이 적어서 기업이 이겼다는 데 있지 않다. 공공기관운영법이 요구하는 법정 처분 요건 자체를 피고가 충족하지 못했음을 법원이 짚어냈다는 데 핵심이 있다.

쟁점은 '금액'이 아니라 발주처에 적용되는 제재 근거 법령의 차이다. 국가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라 뇌물 제공 등 일정한 사유만 있으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공기업은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법은 단순한 뇌물 제공을 넘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서만 재량으로 제한하도록 요건을 더 까다롭게 두고 있다.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의 위임을 받은 하위 규칙(구 계약사무규칙)이 기속 규정인 국가계약법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공기업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제재하더라도, 그 규정이 상위법의 엄격한 요건을 자의적으로 완화해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면 기업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행정기관의 내부 규칙은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결국 65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에서 42만원 수준의 식사 대접만으로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명백한 경우'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었다. 제재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특정 건설사 한 곳의 승소로 그치지 않는다. LH,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운영법이 적용되는 기관 전반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법적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업 법무 담당자들은 공공입찰 제재 통보를 받을 경우 다음 네 가지 기준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발주처의 법적 지위와 적용 법률을 구별해야 한다. 발주처가 국가기관인지 공기업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과 제재 요건의 엄격성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이를 명확히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둘째, 실질적 계약 침해 여부를 객관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공정률, 품질, 준공 상황, 계약상 하자 여부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 실제로 침해되지 않았음을 적극 입증해야 한다.

셋째, 감사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 식사 자리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비용 지불과 사후 정산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계약과 관련된 언급이 실제로 있었는지와 같은 초기 진술 하나하나가 입찰제한 여부를 좌우하므로, 감사 단계부터 기업 법무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넷째, 관행적인 제재 처분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고 다퉈야 한다. 건설사들은 입찰제한 통보를 받으면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행위 자체의 내용뿐 아니라 처분의 법적 근거가 되는 하위 규칙의 한계와 위법성을 파고들면 처분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단순히 3개월의 영업정지에 그치지 않는다. 공공입찰 시장에서의 신뢰도 저하는 물론, 금융기관 신용평가와 민간 발주처의 계약 심사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 판결은 공기업의 제재라고 해서 모두 적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은 제재 통보를 받는 즉시 사실관계뿐 아니라 처분의 법적 근거와 상위법 위임 범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행정제재 역시 법률이 정한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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