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영 KIST 단장 "수소 선도국, 시장·신뢰 조성이 정부 역할"

유선일 기자
2026.08.13 17:20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 단장/사진=유선일 기자

"수소 사업에 있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개별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간이 멀리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과 신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 단장은 13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에너지·전기·수소 대표 학회 공동 정책포럼'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국의 '수소 선도국' 도약을 위한 정부 역할에 대해 이렇게 제언했다.

이 단장은 "우선 정부가 2030년, 2040년 이후 발전·산업·저장 분야에서 수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일관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수소 산업은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이 단기간에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면 민간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소 R&D(연구개발) 정책에 대해선 무게 중심을 '원천기술'에서 '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좋은 논문과 특허가 있어도 ㎿(메가와트)·GW(기가와트)급 실증 실적이 없으면 해외시장 진출은 어렵다"며 "원천기술→스케일업→대형 실증→인증→첫 상용설비→수출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초 상용설비는 민간이 모든 위험을 부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의 수출 산업화를 위해서는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은 "한국은 중동이나 호주처럼 값싼 수소를 대량 생산해 수출하기에 유리한 국가는 아니다"며 "대신 조선, EPC(설계·조달·시공), 석유화학, 연료전지, 전력기기, 소재·부품, 대규모 제조 등 수소 밸류체인을 산업화하는데 필요한 세계적인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중동·호주·미국 등에서 청정수소와 암모니아 프로젝트가 확대되면 한국 기업은 수전해 시스템, 저장탱크, 수소운반선, 암모니아·LOHC(액상유기수소운반체) 기술, 발전설비, 연료전지, 산업용 수소 활용설비 부문까지 참여할 수 있다"며 "개별 기자재를 수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산·운송·저장·활용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장은 아울러 "이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무척 중요한데 해외 발주처는 새로운 기술을 구매하기 전에 실제 운전 실적과 경제성을 확인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단지를 한국 수소기술의 대규모 실증·레퍼런스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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