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다음 'AI 데이터센터' 겨냥 증설 나선 선박엔진사들

김지현 기자
2026.09.15 05:50

AI 데이터센터 공급 문의 이어져…바르질라·에버런스도 4.5GW 증설

HD현대중공업 육상발전용 힘센(HiMSEN) 가스엔진 H54GV 모델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국내 선박엔진사들이 차세대 성장축으로 발전엔진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를 중심으로 산업용 발전, 원자력 및 가스터빈 발전의 비상발전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며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이후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공급 문의를 받은 발전엔진 규모는 당초 회사가 예측한 3~9GW(기가와트)를 넘어섰다. 앞서 지난달 10일 코반 에너지그룹과 발표한 956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공급계약 이후에도 글로벌 에너지사들의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규 문의의 40%는 FDC(부유식 데이터센터)와 파워십(발전선) 관련 수요로, 이들 프로젝트에는 9~20㎿(메가와트)급 대형 발전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4행정 중속엔진인 힘센(HiMSEN)엔진은 선박용으로 개발됐지만 고출력·고효율에 24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해 육상 발전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대를 병렬로 설치하면 데이터센터 증설에 맞춰 발전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

4행정 중속엔진의 데이터센터용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 상위 사업자인 핀란드의 바르질라와 독일의 에버런스는 올해 총 4.5GW(기가와트) 규모의 증설을 결정했다. 전세계 엔진 기업 가운데 현재 20㎿급 발전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이들 두 곳과 HD현대중공업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맞춰 HD현대중공업도 8336억원을 투자해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3GW 규모의 힘센엔진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분기 착공해 2028년 5월 준공한 뒤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HD현대엔진은 2027년 6월까지 보완 투자를 마치고 육상발전용 엔진 1GW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의 육상발전용 엔진 생산능력은 현재 약 0.7GW에서 4GW로 확대된다. 기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공장은 선박용 힘센엔진 생산에 집중하고, 신규 공장과 전남 영암의 HD현대엔진은 육상발전용 힘센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장 신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가용 부지가 남아 있어 수요에 따라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 4행정 중속엔진의 수주 단가를 고려하면 1GW당 약 1조원의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국내 선박엔진 기업인 한화엔진 역시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4행정 중속엔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경남 창원에 전용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STX엔진도 지난달 AI 기업 디노티시아와 경남 창원 방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력망 접속 지연과 가스터빈 공급 제약이 2030년까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리드타임이 짧은 중속 발전엔진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자 우위 환경이 지속되며 가격 경쟁력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