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등으로 에너지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소가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된다. 그러나 한국은 수소 관련 정책지원을 매년 축소하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하이드로젠 리뷰 2026'에서 "수소가 화석연료 수입의존도를 낮춰 에너지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지역에 매장량이 집중된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는 각국이 자국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EA는 에너지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며 특정국가 수입비중이 25%를 넘는 한국·독일·일본에 대해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가 에너지 수입 일부를 대체하고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IEA는 아울러 세계 주요국 수소정책이 선언적 단계를 넘어 정부 주도의 법·제도 정비, 재정투입을 기반으로 실행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수소전략을 보유한 국가가 2021년 23개국에서 2026년 66개국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과거 수소전기차 보급에 집중한 '수소굴기 1.0'에 이어 수소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5개 도시군에 4년간 최대 80억위안을 지원하는 2차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일본은 3조엔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저탄소수소와 화석연료의 가격 차액을 최장 15년간 보전한다.
IEA는 "정책입안자들이 에너지안보 강화에 있어 수소의 역할에 점점 더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수소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도 최근 '글로벌 하이드로젠 컴퍼스 2026' 보고서에서 수소가 탈탄소 수단을 넘어 에너지안보, 회복탄력성,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주요국이 정부 주도로 수소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한국은 반대로 지원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5762억원에서 내년 4457억원으로 23% 줄어든다. 같은 기간 수소충전소 보조금은 1897억원에서 1197억원으로 37% 축소된다. 아울러 승용 수소전기차의 개별소비세 감면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8년말 종료되고 취득세 감면은 내년말 일몰을 앞뒀다.
수소발전 입찰시장도 규모가 축소되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물량은 지난해 1300GWh(기가와트시)에서 올해 930GWh로 줄었고 청정수소발전도 500GWh에 그쳤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소정책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수소경제위원회는 2024년 11월 7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2년 가까이 개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정부의 수소 로드맵을 믿고 투자해온 기업은 사업이 불투명해지고 수소산업에 있어 한국의 위상과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