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는 현금청산의 대상이 된다. 재건축사업에서 현금청산은 통상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 이른바 '매도청구소송'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때 매도청구 대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 의제일과 감정평가 기준일을 분양신청기간 만료일의 다음 날로 볼 것인지, 조합의 매도청구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날로 볼 것인지에 관해 대법원과 하급심(고등법원)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는 대법원의 사례를 살펴 보았다. 이어지는 내용은 대법원과는 다른 의견을 낸 고등법원의 판례다.
2024. 11. 14. 선고된 수원고등법원 판결은 매도청구 대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 의제일과 감정평가 기준일에 대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 판결은 2017. 2. 8. 전부개정된 도시정비법 제73조의 입법 취지가 현금청산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을 종전보다 늦추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8조에서도 청산금에 관한 협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현행법에서 협의절차를 선행하도록 규정한 것만으로 종전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한 현행 도시정비법 제73조 제3항은 협의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매매계약의 성립이 의제됨을 전제로 매매대금을 기준으로 지연이자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변경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2025. 1. 16. 부산고등법원(창원), 2026. 1. 14.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6. 4. 16. 의정부지방법원 항소부 및 2026. 8. 12.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사견으로는 현행 도시정비법 제73조의 규정 체계와 개정 연혁 및 입법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업시행자의 별도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라 비로소 매매계약의 성립이 의제된다고 보는 것이 법률의 문언과 체계에 부합하는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도 하급심 법원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의제일과 감정평가 기준일에 관하여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어 일선 정비사업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쟁점은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2026. 4. 30. 선고 서울고등법원(인천) 판결의 상고심)을 통해 향후 관련 법리가 정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법무법인 센트로 주영 부사장(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