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NS '구더기 분유' 논란, 성숙한 시민의식 아쉽다

민동훈 기자
2015.07.23 16:01

최근 육아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구더기 액상분유'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 제품이 'LG생활건강 베비언스'라는 사실은 SNS를 타고 빠르게 유포됐고 뚜껑에서 움직이는 4~5마리 구더기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본 엄마들은 격앙됐다. 특히 LG생활건강 측에서 사건을 무마하는 조건으로 현금 50만원을 제시했다는 글까지 돌면서 순식간에 제조사는 '천하에 몹쓸 기업'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결과는 반전이었다. 해당제품 제조일은 5월15일, 구입일자는 6월1일이다. 구더기가 발견된 시기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7월1일이다. 식약처가 자문을 구한 외부 전문가는 액상분유 뚜껑에서 발견된 구더기는 초파리 유충으로 알에서 부화된 지 7일정도 된 것으로 추정했다.

초파리가 성충이 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린다. 즉 제품 구입일인 6월1일 이전에 알이나 유충이 제품이 혼입됐다면 제품 개봉 시점인 이달 1일에는 성충으로 발견됐어야 한다는 추론이 상식적이다. 게다가 해당 소비자는 제품을 거실 책장에 보관했고 말레이시아 여행 과정에서 이물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을 몰아붙일 사안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LG생활건강 잘못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물혼입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를 보내 고객의 불안감을 초기단계에 해소시켰어야 했다. 특히 고객 불만을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하려 했던 태도는 지탄받아야 한다. 고객의 정당한 불만제기까지 블랙컨슈머로 모는 반 소비자적인 행태기 때문이다. 애초에 제품 용기와 뚜껑 사이에 중간마개(실링)를 추가 했으면 이물질 유입을 막아 이번과 같은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반성하고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해당 소비자의 대응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상식과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특정 다수에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방적으로 유포하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성숙한 소비자의 태도라고도 보기 어렵다. 실제로 인터넷과 SNS에 올린 '구더기가 꿈틀거리는 사진과 영상'은 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 고객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붙일 권리는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