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난 '도화선', 롯데 중국사업 도대체 어떻길래

베이징(중국)=베이징(중국)=원종태, 민동훈 기자
2015.08.03 03:54

롯데 중국 계열사 누적 적자 1조원 넘어…롯데마트·백화점 등 매장폐쇄 잇따라

롯데마트가 영업 포기를 선언한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러티엔마터 산둥루점 등은 지난달 7일 이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매장 곳곳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사진제공=칭칭다오스취)

지난달 31일, 롯데마트가 중국에 세운 대형마트인 '러티엔마터(樂天瑪特)' 칭다오시 산둥루점. 매장 폐쇄를 예고한 지난달 7일부터 진열대는 텅 비기 시작했고, 곳곳에는 손님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여 '폐가'를 방불케 했다. 롯데마트는 산둥성 최대도시인 칭다오시 번화가에 위치한 이 점포 폐쇄를 결정했다. 매달 쌓여가는 적자로 매장을 운영해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폐쇄점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산둥성 웨이하이점, 웨이팡점, 칭다오 청양점이 문을 닫았고, 칭다오 훠라오산점도 8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산둥성에서만 5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산둥성 내에 동잉점 1곳이 남아 있지만 중국 동부 연안 핵심 거점인 산둥성의 롯데마트 사업은 물 건너간 셈이다. 롯데는 '칭다오 롯데마트'라는 현지 법인을 세워 운영했는데 이 법인의 최근 5년간 누적 당기순손실만 1544억원에 달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격노를 불렀다는 중국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신 총괄회장은 1조원대 적자설과 관련, "중국 사업에서 도대체 얼마나 적자가 난 것"이냐며 신동빈 회장을 심하게 질책했고 이 과정에서 부자간 신뢰관계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 사업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롯데 중국사업 누적적자 1조원 넘는다?=지난달 31일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는 롯데 계열사들이 2011~2014년까지 4년간 중국사업에서 에비타(EBITDA) 기준 32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롯데가 중국에서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신 회장이 이를 숨겼다는 신 전 부회장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사장은 "내년이면 매출액 4조5000억. 영업이익 900억원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비타는 법인세와 이자비용,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영업손익으로 실제 실적과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와 관련,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2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의 중국 및 홍콩 법인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총 1조1513억원의 당기순손실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1조원대 적자가 사실이라고 해도 롯데그룹 중국 사업의 성패를 현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이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진출해야 할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중국에 진출한지 10년이 다 돼가는 현 시점에서 중국 사업성과가 '기대이하'인 것은 분명하다.

◇롯데 중국사업, 너무 비싼 '수업료' 치러=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2007년 네덜란드 계열 마크로의 중국내 8개 점포를 인수하며 진출했다. 2009년에는 현지 유통기업 타임스의 65개 점포를 매입하며 중국 진출을 가속화했다. 당시 롯데는 "타임스 인수로 한국 롯데마트보다 중국 러티엔마터 점포수가 더 많아졌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롯데마트 본사 이익에도 효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롯데마트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산둥성 매장 철수에서 볼 수 있듯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칭다오 롯데마트'가 최근 5년간 15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마크로 인수로 설립한 '롯데마트 컴퍼니'도 최근 6년간 133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타임스 인수로 세운 '롯데마트 차이나'는 최근 3년간 순손실 규모가 2128억원에 달한다. 롯데마트 차이나는 점포수가 많아 순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이 1396억원으로 전년대비 118% 증가했다. 반면 매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13년 롯데마트 3개 중국법인이 올린 매출은 1조73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5100억원으로 감소했다.

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의 중국 진출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유통업체 인타이그룹과 합작해 2008년 베이징 왕푸징에 러티엔인타이백화점을 개장했다. 구찌, 아르마니 등 명품뿐만 아니라 한국 화장품, 패션 의류로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푸징점은 개장 4년 만에 1134억원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만 남기고 폐점했다.

롯데백화점은 50% 보유 지분을 2013년 매각하고 손을 뗐다.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 한 복판에서의 실패여서 더욱 뼈아팠다. 롯데는 "돈이 있어도 살 물건이 없다"는 비판을 들으며 왕푸징점을 빠져나와야 했다.

◇롯데제과·롯데칠성도 중국서 적자 행진=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주류 등 제조업 기반의 계열사들도 중국 사업에서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제과의 중국 지주회사 격인 롯데차이나인베스트먼트는 1분기 39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롯데차이나푸드도 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는 지난해도 각각 167억원, 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중국 사업의 양대 축인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와 롯데장백음료유한공사가 적자 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각각 80억원,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고 올 1분기에도 4억5000만원, 5억40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지화 실패, 중국 사업 '계륵'으로 전락하나=중국 사업 부진은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산둥성 롯데마트만 해도 중국 특유의 유통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장에 물건을 공급하는 대리상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대리상과의 협조가 안정적이지 않아 상품 구색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중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한국 규정과 제도를 적용하려다 실패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롯데마트 본사 지휘를 받는 중국 매장은 한국도 중국도 아닌 어중간한 스타일로 중국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며 "이런 가운데 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자주 교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 결과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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