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형제간 명암 엇갈린 롯데 주총 현장

도쿄(일본)=박진영 기자
2015.08.17 16:01

패배한 신동주 "폐 끼쳐 죄송하다"…승리한 신동빈 "열린경영 가속화"

17일 오전 7시 일본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본사 앞은 거센 소나기 속에 취재진 수십 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본사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져 후지테레비, 니혼테레비 등 현지 언론과 한국 취재진이 집결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가 격돌하는 한일 롯데의 운명이 걸린 대결장이었다. 행사의 중요성을 의식한 롯데그룹은 출입구를 엄격 통제하고 직원 신분증을 한 명 한 명 확인한 뒤 건물로 들여보냈다. 출근하는 직원들도 주총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았다.

비밀에 붙여졌던 주총은 본사가 아닌 도쿄 치요다구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개최됐다. 롯데홀딩스 본사와 신 회장, 신 전 부회장 집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은 급박하게 호텔로 이동했다. 데이코쿠호텔은 일본 내에서 전통을 인정받는 호텔로 격식을 갖춘 국가, 기업 행사에 자주 이용된다.

3층 츠루노마(鶴の間)룸에서 9시30분부터 열린 주총은 불과 30여 분만에 끝났다. 동생인 신 회장의 압도적 승리였다. 신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과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방침 재확인' 2가지 안건 모두 통과됐다. 사외이사로 검사,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의 경력을 갖춘 사사키 토모코씨가 선임됐고 안정되고 투명성 높은 경영체계를 구축한다는 안건도 무난하게 승인됐다.

17일 동경 신주쿠구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 사옥/사진=박진영 기자

신 회장은 주총 승리로 한국과 일본, 양국 롯데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위치를 대내외에 확인시켰다. 반면 올해 초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일체의 직위에서 물러났던 신 전 부회장은 또다시 패배를 절감해야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안건 승인 직후 어두운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 "친족 간 갈등으로 롯데 고객과 거래처, 직원 여러분에게 많은 폐를 끼친데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 한다"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의 일본어로 입장을 밝혔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 전 부회장은 "회사 임직원과 오랜 시간 노고를 나눠왔고 앞으로도 임직원, 롯데 고객 등과 함께하고 싶다"며 "직원 여러분 입장에서 거래처, 고객들과 상황을 헤쳐 가며 친구(동료)로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한 신 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에도 회장에 머물며 마무리 정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10시 35분쯤 별다른 말없이 호텔을 빠져나간 신 회장은 압승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자제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기다렸던 일본 기자들은 "신 회장이 한국에서의 평판을 신경 써 일본어로 답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신 회장은 대신 승리를 예상하며 준비해 둔 공식 입장을 서면으로 밝혔다. 신 회장은 "오늘 개최된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준수 강화 안을 의결했다"며 "사외이사 취임을 계기로 열린 경영을 한층 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양국 롯데가 경영 성과를 높이고 시너지를 발휘해 세계 시장에서 롯데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각오를 분명히 했다.

17일 동경 신주쿠구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 사옥/사진=박진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2번째)이 17일 일본 도쿄 데이고쿠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마친 뒤 침묵한 채 서둘러 호텔을 빠져 나가고 있다./사진=박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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