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사상 '최초·최대의 할인 이벤트'라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에는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대형마트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일부에서는 할인율이 크지 않아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백화점 인파로 '북새통'…할인가격은 평소 세일 수준=정부가 내수 부양을 목표로 실시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인 1일 오전 11시,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롯데백화점 본점 주차장 입구에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백화점 내부매장 역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즐기려는 고객들이 모여 북새통이었다.
특가 행사가 집중된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은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까지 어울려 장터를 방불케 했다. 고가 아웃도어 제품인 몬츄라 다운점퍼를 구입하러 왔다는 김건섭씨(68)는 "몬츄라가 원래 노세일 브랜드인데 이월상품을 세일한다고 해서 왔다"며 "작년에 70만원에 샀던 몬츄라 다운점퍼가 4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준 9층 행사장에만 5000여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지난달 25일 가을정기세일 첫날보다 3배 많은 규모다. 오후 2시30분 기준 매출도 지난해 같은 요일 대비 40% 신장됐다.
오후 12시30분쯤 찾은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0층 아웃도어 행사장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이선미 아웃도어 판매책임자는 "이 정도 인파면 평소보다 손님이 5배는 많은 것"이라며 "특히 매니저 추천 상품이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본점 행사장에는 약 3000명이 찾았고 매출 목표 대비 220%를 달성했다.
그러나 백화점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50대 중반 여성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80% 세일한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오니 40~50% 수준"이라며 "원래 요맘때가 세일기간이기도 해서 평소와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일 제대로 하긴 하는 거야?"라며 불만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는 직장인 남성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행사장을 찾은 주용민씨(60)씨도 "아웃도어 행사한다고 해서 좋은 물건 빠질까봐 방학동에서 첫날 일찍 왔다"며 "아직 크게 싼 건 모르겠고 더 봐야 겠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에서 직접 요리시연까지 하며 판매하는 해피콜 점보그릴양면팬(30cm)은 행사가 4만7000원이었지만 인터넷 최저가는 3만8000원으로 더 저렴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맞물려 진행되는 외국인 대상의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 절강성에서 왔다는 20대 중국여성은 "세일 소식은 못 들었고 롯데면세점에 쇼핑하러 왔다"고 말했다. 9층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이라 중국인 고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늘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인지 한국인이 더 많이 왔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는 '썰렁'…빈손으로 돌아서는 고객도=대형마트는 차분했다. 최대 50% 이상 세일을 하는 미국의 블랙프라데이를 떠올리며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에 연차까지 내고 찾은 윤호준씨(36)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평소부터 사고 싶었던 스마트 TV를 사려 했지만 희망모델이 할인 혜택을 받아도 150만원. 온라인 최저가 130만원대보다 더 비싸서 구입을 포기했다.
윤씨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선전에 기대에 차서 대형마트와 가전 전문매장 서너 곳을 돌아다녔지만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며 "TV는 포기하고 마트에서 평소보다 큰 폭으로 할인하는 햄과 소시지, 맥주를 사는데 만족했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전국 2만5400여개 편의점과 일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이뤄지지만 내용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명동 세븐일레븐은 초콜릿 등일부 제품만 '1+1' 행사를 진행하는 정도였고, 빕스 명동중앙점은 안내문은커녕 직원조차 '블프' 행사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빕스는 스테이크품목에 대해 15%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빕스에서 점심식사를 한 김영임씨(48)는 "빕스에 할인품목이 있었냐"고 되물으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백화점 등 몇 곳을 둘러봤는데 홍보만 크게 했지 평상시 정기세일만도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