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갈림길 선 PB…'가성비' 장점 불구 성장 정체

오승주 기자
2016.02.04 03:32

변화 시도하지만 무차별 베끼기·위생 점검 부족…PB제품 저가인식 여전해

PB(마트 등 대형소매상이 자체 개발한 상품)는 불황과 저성장 속에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같은 가격에 싸면서 품질이 보장되고, 합리적인 소비와 제품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PB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무차별적인 베끼기 등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되는 등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을 PB제품이 '퀀텀점프'(몇 단계 뛰어넘는 비약적 발전)를 할 시기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PB가 가격중심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품질에 승부를 걸어야 도약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PB 최대 장점은 높은 '가성비'=가격은 PB제품의 최대 장점이다. 이와 함께 품질도 기존 NB(제조업체 생산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점도 소비자들의 손길을 끄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PB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95.1%)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가격대비 품질만족(43.9%) △눈에 띄는 제품 위치·포장(37.8%) 등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PB제품이 효율적이다. 비용절감과 상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통한 시행착오 감소,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 서비스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서 팔리는 동일하면서 주원료가 유사한 20개 품목의 가격 차는 PB제품이 NB제품에 비해 평균 28.5%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공식품의 경우 PB·NB제품 간 제조사가 동일한 품목을 상대로 주원료와 함량을 비교한 결과 26개 중 절반 가량인 12개 품목의 주원료·함량이 같았다.

이는 제품구상-생산-유통까지 유통업체들이 일원화시킬 수 있고, 물류비와 인건비 등 절감으로 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마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PB제품은 NB제품에 비해 4~6%포인트의 마진 개선효과가 있다.

이준기 대우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는 품질 차이가 없는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업체는 유통 과정 효율화로 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어 '윈-윈'이 되는 게 PB제품"이라고 말했다.

◇미투 제품 범람…매출 정체로 고심=PB제품이 유통과 소비의 '윈-윈'에 적합하다는 찬사를 받아도 고민은 남는다. 히트제품이 나오면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미투'(Me Too) 제품이 범람하면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2014년 '허니버터' 열풍이 불었을 때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를 앞세운 미투 제품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품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생문제가 남은 것도 한계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편의점 CU의 '허니버터프레첼'과 세븐일레븐의 '땅콩범벅카라멜콘', 롯데마트의 '통큰우리나라맛밤' 등 PB제품에 대해 안전과 위생관리 위반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은 원료를 사용했고, 제조시 부적합한 지하수를 이용했다는 이유다. 싼 가격에 집중하다보니 위생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엇보다 매출이 정체된다는 점은 PB의 고민이다. 최근 몇년간 PB 매출비중은 대형마트는 20% 중반, 편의점도 30% 선에서 정체돼 있다. 온라인·모바일 업체들이 싼 가격에 배송까지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싼 가격만으로 소비자 시선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격보다는 품질에 승부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재운 아주대 교수는 "유럽에서 PB 매출비중이 5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 한국에선 PB 상품이 저가·저품질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마트는 '피코크'라는 프리미엄 PB제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마트도 '프리미엄 PB' 전환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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