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여성 헤어스타일' 뒤바꾼 혁명가 눈감다

박성대 기자
2016.05.09 06:00

[역사 속 오늘]'커트머리 창시자' 英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 타계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이 1969년 3월30일 미국 아칸소 주(州)의 주도 리틀록에서 열린 한 미용사 총회에서 모델을 상대로 자신의 미용기술을 선보이고 있다./AP=뉴시스

1950년대 유럽과 미국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은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높이 틀어올려 쌓아올린 '올림머리' 혹은 '곱슬 파마'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올림머리는 머리카락 무게만 해도 상당했다.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성들은 매일 밤 머리카락을 돌돌 마는 '롤러 세트' 기구를 착용한 채 잠을 청해야했고, 미용실도 자주 가야만했다.

그러던 중 영국 런던에서 미용실을 연 남성 헤어디자이너가 1960년대부터 가위 하나로 여성들의 머리를 간편하고 특별한 모양낼 필요가 없을 만큼 제자리에 들어맞는 커트를 하기 시작한다. 단발머리인 '보브(bob) 커트'를 창시한 이 헤어디자이너는 바로 '비달 사순'이다.

그는 C·V자 형태의 짧은 머리와 기하학적인 모양의 머리로도 여성이 충분히 우아할 수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그가 선보인 짧은 머리는 당시 막 태동하던 여성해방 운동과 함께 여성계를 열광시켰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 BBC는 보브컷을 '1960년대의 혁명적인 헤어컷'이라고 평했다.

머리를 다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그의 헤어스타일은 세계적인 대히트를 쳤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은 그동안 수시간이 걸리던 머리 손질과 헤어스프레이에서 해방됐다.

사순이 개발한 커트 머리인 단발머리, 5포인트 커트 등은 1960년대 직장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 됐다. 여성들은 그가 만들어 낸 단발머리에 비슷한 시기 등장한 미니 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비달 사순의 생전 모습./AP=뉴시스

1968년 개봉한 영화 '로즈메리의 베이비'에서 열연한 여주인공 미아 패로, 196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우먼인러브' 주인공 글렌다 잭슨은 사순이 창안한 헤어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이끈다. 특히 그는 패로의 커트 머리를 위해 런던에서 헐리우드까지 비행기로 불려오면서 당시로선 기록적인 금액인 1회 5000달러를 받는 등의 일화를 남겼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당시 멋있기도 했지만 활동적이고 관리하기 쉬워 여성들에게 단순한 외모의 변화뿐 아니라 생활과 사고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순은 샴푸를 비롯한 수많은 헤어 관련 미용 제품 사업에도 뛰어들어 비달 사순 상표를 전 세계에서 팔리게 하는 등 사업분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말년엔 로스앤젤레스 교외에 미용학교를 열어 젊은이들을 육성하면서 자선사업에도 힘쓴다.

그는 200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일 때 '대영제국 커맨드 훈장(COBE)'을 받는다. 이듬해엔 그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사순은 4년 전 오늘(2012년 5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노환으로 84세의 일기로 사망한다.

사순의 오랜 친구이자 존 폴 미첼 시스템 CEO 존 폴 데호리아는 "비달 사순은 세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헤어스타일리스트"라면서 "좋은 헤어스타일은 죽지 않는다"며 그의 죽음을 기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