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로 잘 알려진 L&P코스메틱이 중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해외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몰리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메디힐 마스크팩을 내놓는 '유커로드' 영업전략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권오섭 L&P코스메틱 총괄대표(57·사진)는 "올 3월 뉴질랜드 공항면세점에 처음 입점했는데 첫달에만 45만달러 실적을 올렸다"며 "한국도, 중국도 아닌 뉴질랜드에서 메디힐 마스크팩을 구입하는 유커들을 보고 해외사업 전략에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메디힐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면 해외사업도 백전백승"이라며 "'붙이는 화장품'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 1등, 세계에서 1등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2012년 매출 75억원에서 지난해 2378억원으로 불과 3년만에 30배 이상 몸집을 키운 괴력의 뷰티기업. 올해는 매출 4000억원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L&P코스메틱 본사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예상 기업가치(시가총액) 2조원을 웃도는 최대어로 떠오른 배경과 사업 전략,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성장 속도가 놀랍습니다. 매출이 100억원도 안되던 회사가 3년만에 2000억원 넘는 규모로 클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매일 놀라고 있습니다(웃음). 한류 열풍으로 메디힐 마스크팩이 잘 팔린다고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한류 열풍이 아무리 거세도 품질이 형편없으면 절대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메디힐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도 제품력, 둘째도 제품력, 셋째도 제품력 입니다. 메디힐 마스크팩을 써 본 소비자가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고 재구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지인이 또 다시 자신의 지인에게 소개하며 고정 고객이 더 늘어납니다. 마치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처럼요.
단언컨데 매출 목표를 무리하게 잡거나 직원들에게 실적을 압박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끊임없은 제품 개발과 소비자 요구를 시시각각 반영하는 노력이 지금의 메디힐을 만들어 냈습니다. 2013년 91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4년 576억원, 지난해 237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화장품 업계를 통틀어도 이같은 성장세는 없을 겁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233억원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연말까지 4000억원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과거 마스크팩은 화장품을 사면 끼워주는 사은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마스크팩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마스크팩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지 예측하셨나요.
▶국내 화장품 시장에 마스크팩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초반입니다. 1000원짜리 제품이 쏟아지더니 수요가 많지 않아 이내 사은품으로 전락했습니다. 20여년간 다양한 화장품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마스크팩 입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잘 맞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중국 고객들에게 이처럼 사랑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못했습니다. 성질이 급한 한국 고객을 겨냥해 '패스트 코스메틱' 일환으로 접근한 것이 제대로 통했습니다. 마스크팩을 고급화해 상품으로 내놓기로 결정하고 2009년부터 본격화했습니다. 중국은 기후가 건조한데다 스킨케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마스크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메디힐 마스크팩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 고객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균형 차원에서 사업 전략의 변화를 꾀할 계획은 없는지요.
▶모든 유통채널 매출을 분석해보면 중국 관련 매출이 65% 정도 됩니다. 25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중화권에 집중된 매출이 한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중국 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치면 승산이 없습니다. 현재 '타오바오' 등 온라인몰을 비롯해 중국 현지 면세점, '왓슨스'(헬스&뷰티숍), '까르푸'(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 대도시 뿐 아니라 3~4선급 도시까지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화권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사업도 키웁니다. 현재 일본 시내면세점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다음달 중반부터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유통물량을 크게 늘립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홈쇼핑 시장에도 진출합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를 채용해 중동과 유럽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중국 수출 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실제 중국 매출에 차질이 있나요. 비관세장벽 등 무역제재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셨나요.
▶다행히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한국을 찾은 유커는 물론 현지 온·오프 유통망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무역정책 기조가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 현지 제품 생산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실력 있는 한국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어 언제든지 제품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미 위생허가를 받은 100여개 제품 외에 신제품에 대한 추가 인허가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뷰티기업들의 공세가 거셉니다. 5년 내에 'K뷰티'를 따라올 것이라는 해석도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한국의 기술력 만큼은 쉽게 앞지를 수 없다고 자부합니다. 세계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바꾼 BB크림과 에어쿠션, 마스크팩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쟁이정신'으로 시장을 읽고, 제품을 연구한 끝에 나온 값진 결과물입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마스크팩과 비슷한 제품을 따라 만들면 우린 더 진보한 제품을 내놓을 것입니다.
-해외 투자기업들이 L&P코스메틱 지분을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출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외부에서 투자를 받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 패션기업인 랑시그룹과 레노보그룹 산하 레전드캐피탈이 L&P코스메틱의 가치를 알아보고 각각 수백억원대 투자 제안을 해 왔습니다. 이들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전적으로 안정적인 중국 사업을 위해서입니다. 아마 돈이 급했다면 이들보다 먼저 투자를 제안한 한국 투자회사들과 손을 잡았을 겁니다. 해외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사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고요. 현지 시장조사부터 법인 설립, 유통망 확장까지 파트너사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협력해 멀티숍을 여는 등 신사업도 구상 중입니다.
-내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업공개 이유와 상장자금을 어떤 용도로 쓰실 지 밝혀주십시오.
▶중소기업의 경우 오너가 열심히 뛰면 매출 100억원까지는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거기에 맞는 옷을 갈아입어야 합니다. 오너가 책임을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 회사는 망가집니다. L&P코스메틱이 직원 3명에서 출발해 220여명으로 커지면서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영입하는데 골몰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 다음은 기업공개를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를 주간사로 선정했고 내년 6~7월을 상장 목표시점으로 정했습니다. 자금이 들어오면 국내외 사업 확장에 재투자할 계획입니다. 많은 인재를 채용하는 한편 장학재단 운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겠습니다.
- L&P코스메틱을 어떤 회사로 키우실 지 중장기 경영 목표나 경영 철학을 말씀해 주세요.
▶마스크팩을 필두로 붙이는 화장품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습니다. 얼굴 뿐 아니라 목, 손톱 등으로 제품을 확장하면 충분히 승산있다고 봅니다. 이미 국내에서 최고 기업이 됐고 중국에서도 현지 업체와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공장을 운영할 계획은 없습니다. 인천 물류센터와 경기 화성 포장재 공장만 가동하고 제품은 화장품 ODM 기업과 최대한 협업하려고 합니다. 함께 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훈인 '투게더' 정신으로 무장해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