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국내 토종 레스토랑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고 민첩하게 대처하면서 불황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1위(업계 매출 기준) 빕스가 9월부터 수도권 일부 매장을 대상으로 '월드푸드마켓' 콘셉트를 도입해 시범운영 중이다.
월드푸드마켓은 '미식여행'을 키워드로 태국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5개 국가의 대표 음식을 샐러드바 안에 구현한 것이다. 각 국가의 대표 시장인 '짜뚜짝 시장(태국)', '첼시 마켓(미국)', '피렌체 마켓(이탈리아)' 테마로 꾸며져 빕스를 방문하면 해외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빕스는 '월드푸드마켓' 콘셉트를 첫 도입한 홍대점의 9월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하자 이를 다른 매장으로 확대했다. 9월말 시범운영 매장을 아주대점, 의정부점, 도곡점으로 늘렸고, 이달에는 공릉, 등촌, 불광역, 죽전점까지 총 8곳을 운영하고 있다. 빕스는 연내에 해당 콘셉트를 전체 매장의 절반인 40여개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인 애슐리 역시 1년에 4번 진행하던 메뉴 개편을 올해부터 8번으로 늘렸다. 통상 메뉴 개편에 3~6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중 내내 메뉴 개편 고민에 시달려야 하지만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이들 토종 레스토랑의 변신은 1세대 레스토랑의 위기감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빠르게 몰락하는 가운데 소비자 발길을 돌리려는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2013년 마르쉐와 씨즐러를 시작으로 이듬해 토니로마스, 올해 베니건스까지 줄줄이 한국에서 철수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와 TGI프라이데이스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장이 대규모로 축소돼 이전 같은 위상은 사라졌다.
이들의 쇠락은 경제 불황과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읽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십수 년 된 메뉴가 여전히 인기 메뉴일 정도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입맛 변화에 둔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만큼 전철을 밟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 건너온 패밀리 레스토랑들과 달리,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타깃 소비자들에 익숙해 분석과 대응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번 빕스의 변신은 고객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빕스의 정체성이 '스테이크 하우스'이긴 하지만, 샐러드바 메뉴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이번 콘셉트를 내놓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빕스가 달라졌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주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고무돼 있다"며 "빕스는 개별 매장들이 콘셉트가 다 다른 것은 물론, 최근 방송·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협업해 메뉴를 내놓는 등 차별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