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고물가에 차례상 확 바뀐다

조철희 기자
2017.01.10 05:05

계란값 급등해 부침 대신 냉동식품 대체 고민…김영란법에 소고기·굴비 선물 못받을까 걱정도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유정미씨(47)는 설 명절을 10여 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우선 나날이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아직 차례상과 설 연휴 음식 마련 계획을 세우지 못해 고민이다.

게다가 이전 명절까지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편이 받아왔던 명절 선물 중 값비싼 소고기나 굴비를 차례상에 올렸는데, 이번 설은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이어서 고가 선물이 뚝 끊길 것 같아 걱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AI(조류인플루엔자) 피해 여파에 계란이 '금란'(金卵)이 되면서 유씨는 전이나 부침개를 시중 냉동식품으로 대체할지 고민 중이다.

올해 이른 설을 앞두고 연초부터 명절 나기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고물가와 김영란법 시행, 유통업체의 수입산 상품 판매 확대로 올 설 차례상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축산물, 수산물, 채소, 과일 등 대부분의 상품 물가는 지난해 설과 추석에 비해 크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갈비와 불고기 등 정육 제품과 배추, 애호박, 당근 등 채소, 사과와 배 등 차례상에 오를 농수산물 값이 한달만에 5~15% 급등했다.

물가상승과 김영란법 여파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올해 설을 앞두고 중저가 선물세트 물량을 대거 늘렸지만, 차례상에 올랐던 소고기와 굴비 선물세트는 여전히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이날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점포에서는 인기 한우선물세트가 10만원~35만원에, 굴비선물세트는 20만원~40만원에 판매됐다.

김영란법 여파에 고가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줄어들어 명절 선물을 제수로 활용했던 가정에서는 차례상 비용이 예년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주부 안선희씨(41)는 "소고기나 굴비 선물이 안들어오면 직접 비싸게 돈을 주고 사야 해 걱정"이라며 "조상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이전보다 값싼 재료들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차례상에 듬뿍 오르던 동태전, 두부전 등도 예년보다 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피해 여파로 계란 값이 지난해 설보다 크게는 2배 가까이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란 중품(30개) 평균 소매가격은 9142원으로 1년 전 5554원보다 3588원 올랐다. 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업소용 식용유 가격이 7~9% 오른데 이어 가정용 식용유 가격도 인상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색적인 제수를 차례상에 올리는 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유통업체들이 명절을 겨냥한 식품 상품들을 다양화하고 나선 것도 차례상 변화 요인이다. 특히 올해는 수입산 농수산물이 차례상과 명절 가족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이례적으로 고급 랍스터 설 선물세트를 4만9900원에 출시했으며 신세계백화점도 수입 농수산물 품목을 올해 12개로 늘려 갈치, 새우, 명란, 조기, 애플망고 등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