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손들고 나가는 면세점, 인천공항公 과연 움직일까

정혜윤 기자
2020.04.26 16:11

현대백·엔타스듀티프리만 남고 모두 사업권 포기...꿈쩍않던 인천공항公 전향적 태도 감지

"이러다 국내 면세점들 다 손들고 나가는거 아닌지…"

코로나19(COVID-19)가 모든 것을 뒤바꿔놓았다. 국내 면세점들이 어렵게 따낸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하나둘 반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엔타스듀티프리만 남고 모두 포기했다

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면세점인 시티플러스(DF9·전품목)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제4기 면세사업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면세점 중 그랜드관광호텔(DF8·전품목), 롯데(DF4·주류 담배)와 신라면세점(DF3·주류 담배)에 이어 네번째다. 앞서 중견 면세사업자인 SM면세점은 입찰 도중 사업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청 특허 심사 이후 오는 9월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는 현대백화점 (DF7·패션 기타)과 엔타스듀티프리(DF10·주류 담배) 둘 뿐이다. 이번 입찰에 나온 총 8구역 중 유찰된 DF2(향수·화장품), DF6(패션·기타)까지 제외하면 2구역만 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면세점들이 줄줄이 인천공항을 포기하는 이유는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 수익은 총 1조761억원에 달한다. 매출이 높을때야 어떻게든 임대료를 감당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월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1조1025억원으로 1월 대비 45.5% 줄었고, 3월은 이보다 절반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공항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최근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까지 치달았다.

1분기 실적이 공개된 호텔신라는 사상 처음 분기 적자를 냈다. "이런 위기는 처음 느껴본다"는 임직원들의 얘기처럼 심각했다. 호텔신라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668억1300만원으로 전년 동기(817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347억원으로 29.7% 떨어졌다.

인천공항 마음 바꿀까?
(인천공항=뉴스1) 박지혜 기자 =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3.6/뉴스1

그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미동도 없었다. '내 코가 석자'란 얘기였다. 입찰 공정성 훼손 문제 등을 이유로 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지난 24일부터 전향적 분위기가 감지됐다.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은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3사를 따로 불러 "공사도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나, 공사와 상업시설은 '한 배를 탄 공동체'인 만큼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추가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면세점들을 달래 기존 사업권을 유지하고, 입찰전에 다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왔다.

인천공항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면세점들의 요구 조건대로 가격을 낮추거나 내년 임대료증감율을 조정해 재입찰을 진행하면 이미 계약을 체결한 현대백화점, 엔타스듀티프리가 차별을 받게된다.

두 업체도 이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무리인건 알지만, 힘들게 따낸 사업권을 놓칠 수 없는 탓에 고심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체결한 두 업체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입찰 판을 짜야하는 인천공항도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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