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명품기업 LVMH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에 2020년은 잔인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소비심리를 강타하면서 '명품 불패'가 무색하게 지난해 매출액이 17%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특히 중국, 한국 등 일본 제외 아시아 매출은 4% 감소에 그쳤지만 미국은 13%, 일본은 19% 줄었고 본고장인 유럽은 무려 28%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아시아 매출이 18% 플러스 전환하며 빠른 매출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에도 유럽은 4분기 -24%로 부진했다.
◇명품의 본산지, 유럽에선 이미 신명품이 대세=구찌·생로랑·보테가베네타 브랜드를 전개하는 케링 그룹도 유럽 현지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명품기업 매출은 크게 회복됐는데도 구찌의 유럽 매출은 전년비 45% 감소를 기록했다.
명품 기업의 2020년 유럽 현지 실적 부진은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매출을 부양하던 아시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결과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한국, 중국에서는 루이비통 등 클래식 명품에 대한 열기가 계속됐지만 유럽의 루이비통·구찌 등 명품 매장은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유럽 현지에서 럭셔리 '오뜨 꾸뛰르'(상류계급을 위한 고급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은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럭셔리 브랜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대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아닌 것이다.
'패션 강국' 프랑스와 유럽 현지에서 대세는 이미 신명품이다.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키츠네, 르메르, 이자벨 마랑, 스톤아일랜드….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처럼 헤리티지(유산)을 자랑할 만큼 긴 역사는 없지만 신명품은 현대적인 감성과 합리적 가격대로 유럽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우영미를 아시나요?" 파리지앵 홀린 매출 1위 신명품=프랑스 파리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LVMH 백화점 '봉마르셰'에는 신명품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지하 1층 남성관에는 K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우영미'가 매출 상위권을 항상 유지했는데, 2020년에는 놀랍게도 오프화이트, 아미는 물론 아크네, 발렌시아가를 다 제치고 당당히 남성관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패션의 격전지 파리에서, 그것도 로컬 상류층이 즐겨 찾는 백화점에서 K패션 브랜드가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다. 우영미는 '우영미'와 '솔리드'의 대표 디자이너로 남성복 디자이너가 된 한국 최초의 여성이면서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힌다.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패션 조합의 회원이 됐으며 매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최고의 시간대에 신상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2년 입점 후 봉마르셰에서 우영미가 승승장구하면서 올해 1월에는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솔리드옴므'마저 봉마르셰에 매장을 열었다.
파리에서 '우영미'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도 Z세대 패션 매니아를 중심으로 우영미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일색인 신명품 중에서 유일하게 K패션 브랜드로 등극한 것이다.
지은경 솔리드옴므 마케팅본부 차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권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파리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은 우영미가 봉마르셰 백화점 3층에서 매출 1위 브랜드로 부상했다"며 "유럽에서는 독창성(Origiality)이 뚜렷한 디자이너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송은희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대표는 "독창성과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축한 K-패션 브랜드 우영미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레전드(전설)'"라며 "파리의 전문직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