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이 감소세인데도 지난해 국내 담배시장 규모가 17조7000억원대로 커졌다. 올해도 판매량 증가로 소폭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COVID-19)로 면세 수요가 국내 시장으로 흡수된 데다 사회적 활동 제약 등으로 커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담배 수요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면세·군납·기업간 거래를 제외한 국내 유통채널에서 거래된 담배 판매액 기준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 규모는 17조7032억원으로 전년 16조9914억원 대비 4.2% 증가했다. 2019년엔 전년 17조2589억원 대비 1.5% 줄었으나 다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체 시장의 89%를 차지하는 일반 연초 담배 판매액이 증가했다. 지난해 일반 연초의 국내 판매액은 15조7438억원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 나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액도 지난해 1조8950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올해도 국내 담배 판매액이 17조78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일반연초 판매액이 15조700억원으로 전년보다 0.2% 줄고,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액은 전년보다 6.2% 늘면서 2조127억원이 될 전망이다.
연초시장 기준 한국의 담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10번째로 크다. 1위는 중국(2327억6230만달러) 2위는 미국(941억7330만달러)다. 이어 인도네시아(266억1770만달러) 독일(261억2630만달러) 일본(236억3300만달러) 프랑스(196억8870만달러) 이탈리아(1839억30만달러) 러시아(180억3860만달러) 영국(176억1750만달러) 순으로 한국보다 담배시장 규모가 크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19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1.5%로 최저치였다. 장기간 흡연율을 보면 2010년 27.5%에서 감소세다.
그런데 지난해에 유독 국내 담배 판매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집계상 면세 담배 판매액이 빠지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줄면서 면세점에서 판매되던 수요가 국내 일반 담배 시장으로 흡수되면서 담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국내 담배시장이 커진 것은 면세 담배 시장이 위축되면서 생긴 풍선효과"라며 "지난해 담배회사들의 매출은 감소했고 담배 소비자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일반연초 판매량 기준 점유율 지난해 점유율이 64.8%로 1위인 KT&G의 지난해 국내 담배 매출(국내 면세 포함)은 1조8819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의 매출도 각각 5905억원, 3192억원으로 13.6%, 10.4% 줄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외 여행이 어려웠던 올해 담배 판매가 증가한 것도 코로나19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17억5000만갑으로 전년 동기 17억4000만갑보다 0.7% 증가했다. 면세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 4000만갑, 올 상반기 3100만갑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전체 담배 판매가 늘었다. KT&G의 올 상반기 국내 담배 매출도 9399억원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길어져 활동에 제약이 생긴 소비자들이 흡연을 저비용 스트레스 해소 활동으로 여기면서 담배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택근무 활성화로 흡연 제약에서 자유로워진 것도 흡연량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내년에는 담배 판매량 증가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로모니터는 내년 전체 국내 담배 시장 규모가 17조6911억원, 2023년에는 17조5043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오륜 연구원은 "정부가 담배 산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 금지 법안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향담배 금지 법안 등이 향후 한국 담배 시장 축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