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K라면, K소주, K만두, K맥주, K뷰티, K패션, K팝, K리그, K방역'
10년 이상 기사를 작성하며 썼던 K(KOREA) 파생어다. 설명할 필요 없이 모두 한국산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세계에 한국 문화가 퍼지고 제품 수출이 늘면서 'K~'는 자긍심의 의미로 쓰였다. 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액이 6억7000만 달러를 넘어 최대치를 경신했을 때나 K팝 열풍으로 해외에서 한국 제품 선호도가 올라갔을 때 'K~'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K를 향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됐다. K푸드를 다룬 최근 기사에 "그만 좀 K K 거려라!!! 무슨 K K K 냐!!" "K좀 붙이지 마라" 등의 날 선 댓글이 달린 게 단적인 사례다.
이를 촉발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발발로 시작된 'K방역'으로 짐작된다. 정부·여당이 방역 자신감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K방역을 비꼬는 반응이 널리 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방역은 너무 잘하니까 별로 질문이 없으신가요?"라고 했던 발언은 조롱거리로 종종 소환된다. 이후 K가 부정적 단어로 쓰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졌다. 급등한 집값과 양극화를 표현하는 'K부동산', 취객이나 범죄자를 제압하지 못하는 여경을 비유한 'K여경' 등이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K시리즈'를 두고 "저들이 마치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표본이나 되는 듯 꾸며대고 있는 말 그대로 남조선식 잡탕어"라며 "남조선 사회는 누가 봐도 'K자살' 'K출산' 'K노인빈곤'이라는 진짜 K시리즈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비아냥댔다. 혹자는 K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며 '국뽕'(국가+히로뽕의 합성어, 자국만이 최고라 여기는 행위)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K가 코리아의 줄임말로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K를 스스로 비하할 이유가 없다. 산업계에선 "K를 달고 언론에 긍정적으로 다뤄지면 힘이 난다"고도 한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이 K인 셈이다. 정치적으로 오염된 K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담는 '말그릇'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