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홈쇼핑이 위기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된 올해 1분기 실적이 급감했고 3~4년 뒤에는 적자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TV 시청 인구는 줄고 e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떠나고 있어서다.
경쟁력이 떨어진 산업이 쇠락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이지만 홈쇼핑의 추락은 그들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에 간단치 않은 문제다. 홈쇼핑은 송출수수료를 통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도 적잖이 내고 있다. 홈쇼핑 산업이 침체되면 방송시장도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홈쇼핑 업계는 특혜나 혜택을 달라는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풀고 사업 자율성을 확대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올 1분기 홈쇼핑 상위 4사(현대·CJ·GS·롯데)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4% 급감한 7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1조1033억원으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9%에서 올해 6.4%로 떨어졌다.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이 87.6% 감소했고 현대홈쇼핑은 49.3% 줄었다. 롯데홈쇼핑은 새벽시간대 방송금지라는 일회성 요인이 있긴 했지만 새벽방송의 매출 비중은 높지 않아 충격적인 결과다. 현대홈쇼핑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TV부문에서 가전·렌탈·건강식품 편성 축소, 리빙 카테고리 부진으로 전사 취급고가 감소했고 송출료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보다 규모가 적은 T커머스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T커머스 상위 3사(SK스토아·KT알파·신세계라이브쇼핑)도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215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SK스토아와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 산업이 침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규 미디어 공세에 TV 시청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TV 이용시간(유료 방송 포함)은 하루 평균 2시간36분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로 2020년에는 2시간 51분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시간 42분)보다도 짧아졌다.
반면 모호한 방송 심의규정과 중소기업 제품 의무 편성 등은 일반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A홈쇼핑 고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적자 기업이 탄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조적인 사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산업이 구조적으로 쇠퇴하면 송출수수료가 줄어 유료방송사들도 함께 부진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유료방송사들에게 대금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치게 된다.
홈쇼핑은 유료방송사들의 돈줄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IPTV(인터넷TV) 매출 중 홈쇼핑송출수수료 매출(1조3243억원) 비중은 28.6%에 달한다. 2018년 20%를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IPTV는 송출수수료 외에도 가입자들로부터 받는 방송수신료를 받고 있지만 핸드폰·인터넷 등 요금 결합 이용자들이 절반에 달해 수익을 내긴 어렵다. 실제로 미디어 리서치 회사인 오미디어(Omdia)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유료방송 월 평균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17.4달러로 OECD 주요 국가의 유료 방송 전체 월 평균(30.3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케이블방송사(SO)는 매출 중 홈쇼핑송출 수수료(7470억원) 비중이 40.3%에 달한다. 유영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OTT를 비롯한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매체의 등장과 가입자 포화 등으로 유료방송은 추세적으로 이익창출력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유료방송사로 이어지는 수익 구조가 악화되면 전체 방송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에서 송출수수료를 받아 PP들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한다. 홈쇼핑은 또 매년 방송통신발전기금 방송사 분담금 약 1800억원 중 400억~500억원을 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쇼핑도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춰 디지털커머스를 보완하고 50~60대 여성으로 축소되고 있는 소비자층을 젊은 세대로 확대해야 한다"며 "방송과 커머스가 결합된 장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 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