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 소주, 맥주 시장 점유율 동반 1위를 노렸던 하이트진로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주 시장에선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의 제로슈거 소주 새로의 선전으로 70%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한풀 꺾였다. 맥주 시장에선 신제품 켈리가 흥행했지만 오비맥주 카스가 선방했고, 일본 브랜드 아사히가 가정용 시장에서 '캔생맥주' 돌풍을 일으켜 기대만큼 점유율을 높이지 못해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분기 소주 시장 점유율이 21%로 지난해 3분기(16.1%)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소주 시장 2위인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제로슈거 소주 '새로' 인기에 힘입어 4년 만에 시장 점유율 20%대를 회복했다. 새로는 올해 3분기 매출 32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927억원으로 연간 총매출은 1200억원대가 예상된다. 새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3.3%에서 올해 3분기 8.5%로 상승했다.
2021년 기준 약 65%의 점유율로 소주 시장 독보적 1위였던 하이트진로는 내심 70%대 점유율 달성을 기대했지만, 새로 출시 이후 시장 지배력이 약화됐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게제된 올해 3분기 소주 소매점 판매 점유율을 보면 하이트진로는 59.7%로 지난해 3분기(62.2%)와 비교해 2.5%포인트 하락했다. 하이트진로가 강세인 음식점 등 비가정용 판매량을 고려해도 전체 시장 점유율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11년 만에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려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올해 4월 출시한 올몰트(보리맥아 100% 사용) 맥주 켈리는 첫해 8%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했지만, 이로 인해 주력 브랜드인 테라 판매액이 일부 줄어드는 캐니벌리제이션(자기잠식)이 나타났고, 한동안 침체했던 일본 아사히 브랜드가 캔 뚜껑을 통째로 따서 거품을 만드는 '캔생맥주'로 가정용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려서다.
마켓링크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아사히 맥주 브랜드 소매점 판매액은 8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8% 증가했다. 오비맥주 카스(4281억원) 하이트진로 테라(1206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켈리(752억원) 필라이트(634억원) 클라우드(406억원) 등 다른 국산 브랜드 맥주보다 많이 팔렸다.
테라와 켈리 2개 브랜드의 음식점, 주점 등 비가정용 판매량을 합산하면 40%대의 점유율로 오비맥주와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 창사 100주년을 맞아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목표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이달 중순부터 비가정용 채널을 타깃으로 한 맥주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한 것도 하이트진로 입장에선 악재다. 크러시가 클라우드와 달리 카스, 테라, 켈리 등 알콜 도수 4.5도 캐쥬얼 맥주와 경합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어서 비가정용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하이트진로가 이달 9일부터 소주와 맥주 주요 제품 출고가를 약 7% 올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위스키, 와인 등 주종 다변화와 과일소주 해외 수출 확대 등을 추진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