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기업회생을 개시한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오늘(10일)까지 오너인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를 포함해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지만 MBK측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회장이 지난달 사재로 홈플러스 납품업체 결제대금을 지원하고, 홈플러스가 600억원의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도 지급보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홈플러스에 일부 사재를 증여해 2000여곳의 납품업체 결제대금으로 썼다. MBK 관계자는 이날 "(김 회장의) 사재 출연 총규모는 지금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한 지원 방법을 고민 중이고, 현재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영증권이 발행한 매출채권 유동화 단기채권(ABSTB)은 상거래채권으로 우선 변제하기로 당사자간 협의했고, 6월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다른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 이후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지난달 16일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카드 물품 대금 기초자산 ABSTB의 잔액 4618억원 전액 변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ABSTB 전액 변제 여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MBK의 '결자해지'를 촉구한 정부와 정치권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그간 여러 차례의 경고에도 불응하고 채권자와 투자자, 납품업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기만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도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홈플러스와 MBK의 부정거래 관련 검사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돼 검찰·증선위와 소통을 준비 중"이라며 "홈플러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확보한 자료가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를 통한 강제 조사 착수, 패스트트랙에 따른 검찰 통지 등 대응 방안을 놓고 후속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치권도 MBK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긴급 청문회 개최는 녹록지 않지만, 다양한 방안을 통해 해결책을 거듭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다음주 대정부질의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MBK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해 관계자들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김 회장과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조도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달 초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MBK가 사실상 회사 청산을 전제로 회생을 추진하고 있다"며 "점포 매각과 사업부매각, 구조조정이 배제된 회생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선 MBK와 김 회장이 약 1조5000억원~2조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해야 이해 관계자의 손실을 보상하고, 홈플러스 경영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재발 방지와 유통업 신뢰 회복을 위해 김 회장이 진정성 있는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홈플러스가 DIP(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으로 조달한 600억원을 보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DIP 파이낸싱은 기업회생을 진행 중인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구제 금융이다. 해당 자금은 소상공인 결제대금 정산에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