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조건 '권리관계' 미정
다음달 25일 총회 강행땐, 핵심절차서 분쟁재발 우려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의 '상징성'을 지닌 압구정3구역이 시공사 선정 문턱에서 소송 리스크에 휩싸였다.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총회를 앞두고 토지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사업일정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조합은 다음달 25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시공사 입찰에 나선 만큼 현대건설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압구정3구역은 기존 3900여가구를 5000가구 이상으로 재건축하는 초대형 정비사업이다. 공사비만 7조원대에 이르는 강남권 핵심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조합은 당초 일정대로 다음달 중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단독입찰 구조상 총회만 성립되면 형식적으로 시공사 선정은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사업의 전제조건인 '권리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압구정동 9개 필지 4만706㎡ 등을 조합이 아닌 현대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서울시 등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압구정동 개발이 이뤄질 당시 대지 지분 소유권 이전과정에서 발생한 서류상 오류가 50년이 지나서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부 필지의 지분 총합이 100%를 초과하는 비정상적 상태다.
이에 조합원들이 일부 토지에 대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당초 시공사 선정총회 이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실제 진행은 지연되는 모습이다. 2025년 11월과 올 1월에 이어 3월에 변론이 속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일이 변경되면서 소송일정 전반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총회 이전에 1심 판단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조합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송은 현재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번째 소송이 제기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 다른 조합원들이 동일한 필지를 대상으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접수시점과 원고 구성이 달라 서로 다른 재판부에 배정됐고 한쪽에서는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변론이 이어지는 등 절차가 엇갈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필지 일부를 원고 측에 이전하라는 취지의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맞섰다. 현대건설 측은 개별반환 방식으로는 권리관계 왜곡과 추가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체 지분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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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현재 소송대상이 현대건설 보유 필지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동일한 필지구조를 가진 서울시나 IPARK현대산업개발 명의 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반환청구가 이뤄지지 않아 추가 소송으로 확산할 여지도 남았다. 1심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항소 가능성이 높아 분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소송 장기화는 시공사 선정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합이 총회를 강행할 경우 형식적인 시공사 선정은 가능하겠지만 이후 관리처분이나 분양 등 핵심단계에서 다시 법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총회를 연기할 경우 사업지연과 비용증가 부담이 뒤따른다. 결국 조합은 일정과 안정성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재건축사업 추진의 핵심이자 기본은 권리관계의 명확한 정리에 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한 소유권 원상회복이 선행돼야만 정비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