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7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발리주 덴파사르시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40분쯤 이동하니 고즈넉한 현지 마을 분위기와 상반된 대형마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앞 대형 입간판에 'Bail's NO1 Shopping Destination'(발리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라고 적혀있는 이곳은 지난달 21일 대규모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연 '롯데마트 발리점'이다.
매장 내부는 "여기가 인도네시아 발리가 맞나"란 착각이 들 만큼 곳곳에 한국 마트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났다. 입구에선 "롯데~, 롯데~, 롯데마트"란 한국어 홍보 노래가 흘러나왔다. 초입에 위치한 즉석조리식품 매장 '요리하다 키친(Yorihada Kitchen)' 코너엔 밤 9시경 늦은 시간임에도 30여명의 고객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탁엔 이들이 주문한 김밥과 떡볶이, 닭강정 등 인기 K푸드가 올려져 있었다. 한 현지인 고객은 2대가 설치된 즉석라면 조리기 앞에서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봉지를 뜯어 끓여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요리하다 키친은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리뉴얼한 국내 점포에도 도입한 롯데마트의 델리 특화 매장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첫선을 보인 요리하다 키친은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기록했는데, 발리에서도 인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음식 조리는 현지인이 했지만 맛은 국내 마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레오 셰프와 메뉴 개발팀이 만든 소스와 조리법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송양현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 영업본부장(상무)은 "요리하다 코너는 주말엔 대기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많은 고객이 찾고 있다"며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문화를 중심으로 확산한 K푸드의 높아진 인기를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발리점은 그동안 도매점 형태로 운영해왔다. 리뉴얼 이전엔 'HORECA(호텔, 레스토랑, 카페의 약자)' 사업자를 위한 대용량 상품과 'Warung(현지 노점, 상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찾는 소용량 패키지 상품(사셰, Sachet)가 주력 제품이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400~500여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롯데마트는 약 3년간의 기획, 준비 단계를 거쳐 발리점의 대규모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부 논의를 거쳐 도매와 소매의 강점을 결합한 신개념'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새단장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국내 점포 그로서리 매장 특화 리뉴얼을 담당한 디자인, 상품기획 전문 인력이 새롭게 인도네시아 법인에 합류했다.
리뉴얼을 통해 약 2000평의 매장 내부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약 1500평은 K푸드와 고기, 과일, 채소 등 신석식품을 파는 그로서리 전문 매장으로 바꿨다. 인도네시아 현지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호주산 와규, 삼겹살 등 냉장 육류를 비롯해 제철 과일이 진열돼 있었다. 이날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샤인머스켓은 당일 준비 물량이 완판됐다. 롯데웰푸드, 오리온, 크라운해태 등 국내 제조사가 만든 스낵류와 가공식품류를 한 데 모은 '코리아 존'에서 상품을 살펴보는 고객도 많았다. 카트에 가득 담은 고기와 신선식품을 차로 옮기던 한 현지인 고객은 "품질과 가격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에서 만난 40대 한국 교민도 "리뉴얼 후 처음 와봤는데 매장 내부가 전보다 훨씬 깔끔해졌고, 상품 수도 많아진 것 같다"고 호평했다.
롯데마트는 발리점의 도매 공간을 이전의 4분의 1 수준(500평)으로 줄였지만 내실은 강화했다. 호레카 고객에겐 대용량 삼겹살과 스시용 횟감 등을 최초로 선보이고 점포에서 직접 만든 빵을 대규모로 판매하는 '베이커리 팩토리'를 신설했다. 사셰 상품존은 발리 최대 규모로 조성하고 샴푸 등 일상용품 외에도 과자류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특히 하이브리드형 매장 공간 혁신을 통해 발리점 내에 진열한 전체 상품 수(SKU)를 기존보다 70% 늘린 1만7000여개로 확대했다. 매장 내부엔 인도네시아 현지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로 2.4m, 세로 4.8m 크기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가 2대 설치됐다. 건물 내 H빔 구조물을 가리면서 주요 제품 홍보 영상까지 송출돼 '일석이조' 효과를 냈다. 선명한 디자인이 특징인 상품 구획 설명 표지판도 국내 점포에 설치한 최신 리뉴얼 버전을 적용했다. 이런 매장 내부의 디테일한 변화는 본사에서 파견된 디자인팀과 상품기획팀의 노하우가 담겼다. 인도네시아 첫 하이브리드 매장을 반드시 성공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단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매장 앞 약 1만5000여평 부지엔 약 330대의 차량과 160대의 오토바이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형 버스 주차 공간도 10대 추가했다. 기존 도매점 운영 당시엔 별다른 주차장도 없었고, 화물 트럭만 오갔는데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단게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매점은 물론 도매점을 찾는 고객들도 육류와 샤셰 등을 대량 구매한 뒤 요리하다 키친 존을 비롯해 '코페아 카페앤베이커리 (Koffea Cafe&Bakery)', '치즈앤도우(Cheese&Dough)' 등 점포에 입점한 F&B(음식료) 매장에서 커피와 빵 등을 즐겼다.
롯데마트 발리점의 초기 운영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송 영업본부장은 "당초 리뉴얼 이후 목표 매출 신장률은 20% 정도였는데 리뉴얼 개점 이후 일평균 매출 신장률은 이보다 2배 높은 약 40% 수준"이라며 "일평균 고객 수도 약 4000명으로 리뉴얼 이전보다 8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라면 전년 대비 50%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 신장률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