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오후에 찾은 베트남 호치민시 1군 지역 벤 응에(Bến Nghé)에 위치한 GS25 편의점 앞엔 빼곡하게 들어선 오토바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방문하는 손님이 많다보니 베트남엔 상점마다 주차를 도와주는 요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렇게 바쁘게 오고가는 오토바이들 사이로 GS25와 농심 신라면을 상징하는 '辛사이공(Saigon)'이란 낯익은 간판 속 글씨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GS25와 농심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하 컬래버) 매장이다. 농심 제품만을 위한 특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된 편의점이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더욱 낯익은 광경이 펼쳐졌다. 매장 한쪽 벽을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농심의 봉지라면 제품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옆엔 이 봉지 라면을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이 조리대가 놓여있었다. 굳이 한국과 다른 점을 찾자면 베트남에서도 고객이 취향에 따라 먹거리를 조합해 먹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어 라면에 어울리는 소시지나 닭발 등을 함께 담은 번들 제품을 마련해둔 것 정도다.
같은 호치민 1군 지역 내 응우옌타이빈(Nguyễn Thái Bình)에 있는 또다른 GS25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간판엔 하이트진로 소주의 트레이드 마크인 두꺼비가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그 아래 작은 간판엔 한국어로 '대한민국 대표 편의점'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베트남에선 이미 한글이 들어간 제품은 신뢰할 수 있단 증표로 통한다. GS25 관계자는 "베트남에선 한국 제품 선호도가 워낙 높다보니 현지 생산 제품이어도 일부러 포장지에 한국어를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매장 곳곳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두꺼비의 모습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매대에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비롯해 '자두에이슬',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GS25에 따르면 전체 베트남 매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은 '참이슬 프레시'다. 또 GS25가 농심·진로와 컬래버 매장을 내면 직전보다 일 평균 매출이 20% 가량 늘어났다.
실제로 현지 GS25 매장엔 한국 제품들이 즐비했다. 스낵 매대엔 감자칩 '스윙' 등 오리온 제품이 상단을 차지하고, 라면 코너엔 농심 신라면은 물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이 가득했다. 식품 코너엔 한국처럼 삼각김밥이 줄지어 진열돼있었다. 한국어가 적힌 마스크팩 등 뷰티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호치민시 3군에 위치한 GS25 엠프레스타워(Empress Tower)점에서 만난 고객 니(NHI·30세)씨는 "평소에 한국 라면을 즐겨 먹는다"며 자주 먹는 제품으로 농심 신라면을 가리켰다.
아울러 호치민시 1군 내 GS25 매장들에선 모두 '원사이트'로 불리는 즉석식품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떡볶이와 꼬불이 오뎅같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물론 핫도그와 핫바, 호빵 등을 즉석에서 데워서 내주는 공간이다. 한 매장의 전체 매출 중 25% 정도가 원사이트에서 발생할 정도로 베트남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떡볶이 기본 맛은 1인분에 한국 돈 1600원이다. 먹어보면 쫀득한 질감과 양념의 매콤달콤한 맛이 한국에서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측은 "한류를 즐기려는 현지인들의 관광 명소로도 역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다보니 베트남의 GS25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한 공간을 넘어 현지인들이 시간을 보내며 먹고 마시는 일상 속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GS25 엠프레스타워점에서 만난 뚜엔씨(Tuyen·25세)는 "GS25 매장은 편하고 깔끔해서 자주 온다"며 "일주일에 2~3번 정도 찾는다"고 말했다. 2030세대로 보이는 고객들은 계산대 앞에서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열고 모바일 페이로 결제한 뒤 GS25 포인트 앱을 켜기도 했다.
같은 날 함께 둘러본 베트남 300호점이자 'K스트릿푸드' 특화매장인 GS25 디엔비엔푸점은 인근 학생들의 독서실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학교 수업을 막 마치고 온 학생들이 2층 취식 공간에 노트북을 펴고 공부하고 있었다. 이 매장에선 고객들이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를 비롯해 화이트보드와 책꽂이도 설치해뒀다. GS25 관계자는 "이들 세대가 GS25 매장 테이블에서 공부하던 기억을 안고 성인이 될 것"이라며 "10년 후엔 GS25가 베트남인의 문화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