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을 추진 중인 홈플러스가 M&A(인수합병) 방식을 바꿔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당초 여러 인수 후보자를 물밑 접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잠정 결정한 뒤 공개입찰로 최고가 낙찰을 기대한 '스토킹 호스' 방식이 무산되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달초에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및 회사의 신규 발생 회사채 인수 등 외부자본 유치 방식으로 매각하는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하겠단 내용의 '회생회사 홈플러스 주식회사 M&A' 공고를 냈다. 입찰 희망 기업은 오는 31일까지 인수의향서 및 비밀유지확약서, 회사 소개 자료 등 제출 서류를 내야한다. 예비실사 기간은 다음달 3일부터 21일까지이며, 최종 입찰서 접수일은 11월26일로 정해졌다.
제출 기한까지 인수 의향서를 낸 기업이 하나도 없거나, 여러 업체가 경합하더라도 매각 주관사는 자체 판단에 따라 추가 접수를 진행할 수 있고, 후속 M&A 진행 여부 등 주요 의사결정은 홈플러스와 매각 주관사의 고유 권한이란 단서도 포함됐다.
지난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당시 김 회장은 "유력한 협상자와 논의 중"이라며 M&A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고, 다음달 10일까지 매각을 마무리하겠단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에 공개입찰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우려를 표명하고, 비판 여론이 일자 MBK는 지난달 2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운영 수익 중 일부를 활용해 최대 2000억원을 홈플러스에 무상으로 추가 증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6월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무상소각에 이은 추가 자구책인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M&A 판도를 바꿀 수 없는 수준이란 지적이 나왔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 2조5000억원은 청산하든 기업이 계속 운영되든 사실상 휴지 조각"이라며 "사과문에서 발표한 무상 증여 2000억원도 현금성 지원이 아닌 대출 등의 형태라면 면피성 지원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도 이번 공개입찰로 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영업 규제도 지속되고 있는데다 직원 수도 워낙 많아 인수 기업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수금액은 이번 M&A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공개입찰에서도 인수 의향자를 찾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기업회생 계획 제출 시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홈플러스 M&A는 연말을 넘길 수도 있단 얘기다. 문제는 M&A 과정이 길어질수록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가중되고, 버티기가 어려워진단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점포는 전기료도 내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청산(파산)' 결정을 내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2만명의 임직원의 생계가 걸려있어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홈플러스 노동자를 만난 자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량한 인수자를 찾아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정부 주도의 '빅딜'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