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시장의 경쟁이 거세다. 코스맥스와 인터코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19년 설립되며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든 한국콜마의 중국법인인 무석(우시)콜마가 메이저 ODM 업체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규모 생산 설비와 연구개발(R&D) 역량을 앞세운 'R&D형 공장'으로 ODM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단 평가다.
김정호 무석콜마 동사장도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을 꼽는다. 그는 "한국콜마의 핵심 가치인 꾸준함과 신뢰의 경영이 기반이 됐다"며 "2007년 베이징콜마 설립 당시부터 축적한 경험과 콜마그룹의 글로벌 R&D 역량이 시너지를 냈다"고 운을 뗐다.
무석콜마는 중국 내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ODM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와 국제 표준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고객사의 대량 생산·맞춤형 개발·신속한 납품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김 동사장은 "생산 효율성과 품질 신뢰성을 모두 확보해 고객사가 장기적으로 안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R&D 중심 경영'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무석콜마는 연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자외선차단의 지속력을 끌어올린 '고효율 무기자외선차단제', 메이크업 밀착력과 부착력을 높이는 '퀵 드라잉 앤 롱 래스팅 시스템(Quick drying & long lasting system)' 등 한발 앞선 기술을 개발했다. 김 동사장은 "기술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며 "처방 개발과 기술 소유가 ODM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북미, 캐나다를 잇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는 무석콜마의 가장 큰 자산이다. 각 지역 연구소가 소비자 데이터와 기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김 동사장은 "한국의 기술력, 중국의 소비자 인사이트, 북미의 친환경 트렌드를 융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며 "세타필 선크림과 레블론 쿠션 등 글로벌 브랜드 협업도 이런 네트워크의 성과"라고 소개했다.
무석콜마는 특히 중국 시장 특성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피부 타입을 비롯해 기후와 문화적 취향을 고려한 포뮬러(제형)를 개발하고,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과 힘을 모아 기술을 현지화했다.
김 동사장은 "보습과 미백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맞춤형 성분과 텍스처(질감)를 연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 시장을 "'전통'과 '과학'이 공존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궈차오(国潮)' 화장품은 이제 단순한 문화 모티브를 넘어 과학적으로 구현된 전통의 재해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효능과 성분의 전문성, 개인화된 사용 경험이 새 소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무석콜마는 상하이와 광저우, 항저우, 베이징, 청두 등 주요 거점에 영업분공사를 두고, 지역별 특성에 맞춘 맞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는 대형 로컬 브랜드 중심, 광저우는 가격 경쟁형, 항저우는 디지털·라이브커머스형, 청두는 오프라인 유통형 모델로 차별화했다. 전체 인력의 30% 이상을 R&D와 품질관리(QC) 분야에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준의 품질 관리 체계를 엄격히 유지하고 있다.
김 동사장은 최근 경기 침체와 비용 상승을 우려하면서 "공정 효율화와 협력 모델 혁신으로 대응하면서 ODM의 본질인 연구개발 역량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무석콜마는 K뷰티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한국형 기술 ODM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 동사장은 2006년 베이징콜마 설립 멤버로 참여한 경험이 현재의 경영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20년간 중국 시장과 규제 변화를 직접 겪으며 현지 정부와의 협력 구조를 이해했다"며 "문화와 제도를 이해하는게 조직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