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신 백화점" 외국인 관광객 몰리더니…명품 아닌 '이것' 샀다

김민우 기자
2025.10.30 08:50
지난 8월 서울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사진=뉴시스

외국인 관광객이 백화점의 '새로운 매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다.

30일 LS증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주요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6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 더현대서울은 15~18%,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6%까지 확대됐다. 단순히 '면세점 대체 수요'가 아니라 K콘텐츠와 SNS를 매개로 한 체험형 소비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외국인 쇼핑의 중심이 공항 면세점이었다면 이제는 서울 도심의 백화점이 무대다. 9월 말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데다, 동남아·일본 관광객의 개별 여행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요 점포들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방문객 피크'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외국인 입국자는 16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2019년 평균치)의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소비 품목이다. 과거 외국인 소비가 명품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K패션'과 '디자이너 브랜드'가 새로 부상했다. 합리적 가격과 독창적 디자인을 앞세운 K-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명품과 SPA 사이의 틈새시장을 메우고 있다. 더현대서울의 영패션관, 신세계 본점의 명품관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각각 15~18%, 16%에 이르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요 유입은 패션·스포츠 등 고마진 상품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K-디자이너 브랜드는 한류 콘텐츠 노출과 SNS 확산에 따라 K-뷰티 인디 브랜드가 성장했던 것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소비 트렌드가 '체험과 콘텐츠 중심'으로 이동한 것을 주목한다. 더현대서울은 음악·아트 협업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상시 운영하고,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K-뷰티 라운지'를 전면 개편해 외국인 전용 체험존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중국·동남아 VIP 고객을 대상으로 '리테일 투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처럼 백화점이 외국인에게 '쇼핑 관광지'로 재정의되면서, 도심형 상권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호텔·레스토랑 예약률이 높은 명동·여의도·강남 일대가 함께 활기를 되찾고, 프리미엄 아울렛(김포·송도)도 공항 접근성을 기반으로 외국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내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외국인 매출이 전체의 15~20% 수준에 불과해 장기 성장 기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소비 확대는 분명 반가운 흐름이지만, 내국인 소비 여력이 둔화하면 백화점 전체 실적도 흔들릴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수요 창출을 위해선 지역별 맞춤형 콘텐츠와 체류형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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