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고환율에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악재까지 겹친 가운데에도 국내 식품업계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견고한 실적을 기록했다. K푸드의 글로벌 시장 확장이 본격화됨에 따라 올해는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CJ제일제당을 제외하고 연 매출 5조 원 시대를 열 '5조 클럽' 탄생 여부에 쏠리고 있다.
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예상치(컨센서스)가 4조원 이상인 '4조 클럽' 기업은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등 4곳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 예상치는 29조4994억원으로 식품기업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5조 클럽'은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CJ제일제당을 제외하면 5조클럽은 식품업계의 꿈같은 매출영역이다.
기업들은 올해 역시 고환율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해외 전략으로 '제2의 불닭볶음면'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웰푸드의 간판 상품인 빼빼로의 지난해 매출은 약 2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웰푸드는 이에 힘입어 빼빼로를 메가브랜드(글로벌 매출 1조원)로 육성할 계획이다.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 하락과 인도 현지 법인의 성장세 등 수익성 개선 요인도 긍정적이다.
'4조 클럽' 선두주자인 대상은 올해 수익성 강화와 글로벌 인지도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대상의 지난해 예상치는 전년 대비 3.13% 증가한 4조3884억이다. 임정배 대상주식회사 대표이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거나 수익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사업 영역은 과감히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동원F&B는 상장 폐지 후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동원F&B의 지난해 매출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원F&B를 포함하면 사실상 '4조 클럽'은 5개사로 늘어난다.
'3조 클럽'의 저변도 넓어졌다. △오뚜기 △CJ프레시웨이 △농심 △풀무원 △오리온 등이 이름을 올렸고,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미공개 기업인 SPC삼립 역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글로벌과 로컬의 경계를 허무는 '글로컬(glocal)' 마케팅을 통해 신라면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올해 완공 예정인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거점 삼아 신라면을 '월드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신화를 쓴 삼양식품은 2022년 909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조3788억원으로 3년 새 무려 161.7%가 늘며 '2조 클럽'에 입성했다. '2조 클럽'에는 하이트진로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빙그레의 매출 컨세서스는 1조4959억원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가 공개되지 않은 매일유업, 하림 등도 1조원대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고환율이라는 이중고에도 불구하고 K-푸드의 파워가 기업 실적을 지켜주고 있다"며 "올해는 글로벌 현지 생산 비중 확대와 함께 본격적인 수익성 레벨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