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성장 공식 바뀌었다…빅4 실적, 글로벌 경쟁력서 희비

하수민 기자
2026.02.09 15:26
2025년 뷰티업계 빅4 실적 현황/그래픽=윤선정

지난해 국내 뷰티업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에 따라 성과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K뷰티 산업의 성장 구조가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 특정 국가나 유통 채널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제품 경쟁력 확보 여부가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6232억원, 영업이익 3680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47% 증가했다. 북미·유럽·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가 확대되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 설화수와 라네즈, COSRX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해외 매출 비중 확대가 실적 회복의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구축했다면 APR은 제품 경쟁력과 디지털 유통 전략을 결합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된다. APR은 지난해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웃도는 가운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기능성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 제품이 동시에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APR의 성과를 브랜드 인지도보다 제품 기능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직판(D2C) 전략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낸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어진 기업들은 수익성 부담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3555억원으로 외형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 부문은 매출 약 2조3000억원 수준에서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전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성장 동력이 약화하면서 수익성 압박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애경산업에서도 나타났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매출 6545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색조 및 베이스 메이크업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 전반의 경쟁 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특정 국가와 면세·오프라인 채널 중심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일본·유럽·중동 등 복수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SNS와 온라인 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해외 소비 확대가 이어지면서 현지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제품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기업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경쟁의 초점도 브랜드 중심에서 제품·기술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기능성 스킨케어, 더마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등 기술 기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기능성·가성비 제품 중심의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은 K뷰티 산업이 단일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중심 경쟁 체제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이라며 "향후 기업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의 실행력과 제품 기술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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