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 내수 한파 속 K-푸드, '해외 영토 확장'이 살렸다

차현아 기자
2026.02.11 16:22

내수 침체로 국내 실적 하락세…해외 매출 성장이 실적 방어
CJ제일제당·농심 등 글로벌 사업 가속화…"믿을 건 K푸드"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2025.9.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지난해 국내 식품업계가 고물가와 소비 위축이라는 내수 늪에 빠졌으나 전 세계로 뻗어 나간 K-푸드의 약진 덕분에 외형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이 국내 사업 부진을 해외 매출로 상쇄한 가운데 올해 역시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한 9조583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56억 원으로 2.9% 증가했다. 특히 식품 계열사인 동원F&B의 글로벌 수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모델 방탄소년단 진을 앞세운 동원참치의 미국 수출액이 30% 가량 늘었으며, HMR(가정간편식)·펫푸드·음료 등도 고르게 성장해 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대한통운 포함)이 27조3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소폭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주목할 점은 해외 식품 매출이다. 내수 부진과 원재료비 상승 여파로 전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 감소한 1조2336억원에 그쳤으나 글로벌 시장 매출은 5조92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만두와 김치 등 비비고 제품을 필두로 한 'K-푸드 신영토 확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KT&G 역시 해외 실적으로 내수 시장 한계를 돌파했다. KT&G의 지난해 해외 궐련 매출은 전년 대비 29.4% 증가한 1조877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54.1%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국내를 앞질렀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2025년 실적/그래픽=이지혜

올해 역시 지난해처럼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식품기업들은 수출 전용 생산거점 확보와 지역별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매출 비중을 높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첫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삼양식품은 올해 역시 매출 3조원 돌파 등 신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증설이 완료된 밀양 2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 능력을 키웠으며 최근 이전한 명동 신사옥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삼아 해외 시장 맞춤형 제품군 확대와 효율적인 영업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도 미국 시장의 수요와 유럽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농심 유럽' 법인 설립과 최근 미국 제2공장 라인 증설 등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했다. 아울러 '신라면 툼바' 등 현지 맞춤형 제품군을 강화하고 올해 부산 녹산 수출 전용 공장 완공·가동을 통해 글로벌 공급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내수 경기 침체에 젊은 층의 음주 문화 변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주류업계도 해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주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7억 원을 기록했다. '순하리' 등 K-주류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인된 만큼, 올해도 미국 주류 유통사 E&J갤로와 손잡고 현지 유통망과 마케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역시 올해 말 완공을 앞둔 베트남 현지 소주 공장을 전초기지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익성 제고를 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정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시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며 "생산 거점 확보와 현지 맞춤형 라인업 강화가 올해 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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