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발맞춰 제분업계, 제빵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오히려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빵과 밀가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물류비, 그리고 버거의 핵심인 패티를 구성하는 육류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이날부터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를 포함한 일부 메뉴 가격을 조정한다. '싸이버거'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 오른다. '후라이드빅싸이순살'은 1000원, 탄산음료는 300원씩 각각 인상된다.
앞서 버거킹도 12일부터 버거 단품 기준 200원을 인상한 바 있다. 와퍼는 기존 7200원에서 7400원으로 인상됐다. 맥도날드 역시 20일부터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 가량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대표 메뉴인 빅맥 단품은 기존 5500원에서 5700원으로 올랐다.
이는 주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제분업계, 제당업계가 제품 가격을 낮추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전날 파리바게뜨는 빵류 대상품목은 최소 100원에서 최대 1000원, 인기 캐릭터 케이크 5종은 최대 1만원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역시 빵과 케이크 등 17종의 공급가를 평균 8.2% 인하할 계획이다. 밀가루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제분·제당업체들 역시 최근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4~6% 인하한 바 있다.
버거업계는 다만 정부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버거 원가 구조상 밀가루나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패티로 쓰이는 육류와 양상추와 같은 채소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제반 비용 상승 등이 더해지면 밀가루 등의 가격 인하 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버거 브랜드는 빵과 밀가루 외에 육류 패티와 신선 채소, 계란, 감자 등 다양한 원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며 "매장 운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비용 구조는 여전히 상승 기조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치킨 패티가 주력인 맘스터치의 경우 지난해 브라질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수입 계육 원가가 15% 이상 급등하면서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납품가까지 오르며 본사의 감당 능력치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맘스터치는 이번 인상이 가맹점주들의 생존권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본사가 가맹점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8개월간 비프패티와 피클 등 주요 원부재료 인상분 약 96억원을 부담했다는 것이다. 맘스터치 측은 "이번 조정은 구조적 비용 상승을 반영해 가맹점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격 인하 분위기 속에서 버거업계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버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체감 물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너무 비싸면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 등은 현재까지 가격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