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4E 시장 본격 개화…엔비디아·AMD·구글 채택 예고로 수요 가시화

메모리 반도체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가 차세대 제품인 HBM4E(7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엔비디아·AMD·구글 등이 차세대 AI(인공지능) 칩에 HBM4E 탑재를 시사하면서 수요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HBM 공급 부족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세대 제품 주도권을 둘러싼 각 사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BM4E 시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인공지능) 칩에 HBM4E 탑재를 검토하거나 적용을 예고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울트라'에 HBM4E를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에 탑재될 HBM4E는 1TB(테라바이트)급 용량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대인 '베라 루빈'이 HBM4 기준 최대 288GB(기가바이트)를 탑재하도록 설계된 점을 고려하면 한 세대 만에 메모리 용량이 3배 이상 확대되는 셈이다.
AMD는 내년 선보일 '인스팅트 MI500'에 HBM4E를 탑재한다. 리사 수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인스팅트 MI500은 CDNA 6 아키텍처와 HBM4E를 기반으로 TSMC의 2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역시 차세대 TPU(텐서처리장치)에 HBM4E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BM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앤마케팅 담당은 지난 23일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간 고객들이 당사에 요청하는 (HBM) 수요는 이미 당사의 공급 캐파(CAPA·생산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업체들도 HBM4E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219,500원 ▼5,000 -2.23%)는 다음달 HBM4E의 첫 번째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HBM4와 마찬가지로 10나노급 6세대 1c D램 공정과 자사의 4나노(nm·1nm는 10억 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적용한 베이스다이(웨이퍼) 기반이다. 업계 최초로 HBM4를 양산·출하한 데 이어 HBM4E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HBM4E부터 차세대 적층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일부 도입한다.
SK하이닉스(1,222,000원 ▼3,000 -0.24%) 역시 올 하반기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0나노급 5세대 1b D램 공정을 활용했던 HBM4와 달리 1c 공정이 적용된다. D램은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개선되는 구조다. 베이스다이에는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4에서 검증된 공정을 통해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면 차세대 HBM에서는 성능까지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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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도 SK하이닉스와 같은 1c D램 공정과 TSMC의 3나노 베이스다이에 기반한 HBM4E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본격 양산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HBM4E에서는 단순 용량 확대를 넘어 미세 공정과 베이스다이, 패키징 역량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이 요구된다"며 "주요 고객사들이 차세대 칩에 HBM4E 채택 로드맵을 구체화한 만큼 메모리 업체 간 선점 경쟁도 예상보다 이른 시점부터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